광주 일부 구청이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예방 조례를 제정하지 않으면서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불법촬영 등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범죄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빛고을국민체육센터의 여자화장실.
화장실 칸막이 위와 아랫부분이 뚫려 있지만 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불법촬영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화장실 내부에 비상벨도 없어 범행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좌변기 양옆에 불법 촬영 경고문과 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는 서구 풍암생활체육공원 공중화장실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실제 지난해 동구 학교 화장실 등에 침입해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일삼은 20대가 검찰에 송치됐다.
광산구 한 빌딩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옆 칸에 있는 여성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하려 한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은 최근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광주에서만 지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57건과 160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해 이전과 비교할 때 관련 범죄가 30%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불법촬영의 경우 화장실 바로 옆 칸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안심가림막 설치만으로도 일부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옆 칸에서 기다렸다 칸막이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서 불법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림막이 있으면 양옆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벽이나 문에 구멍이 있으면 불안한 마음부터 든다"며 "칸막이 밑이 뚫려 있어 언제든 카메라가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 구청들이 관리하는 상당수 공중화장실에는 불법촬영을 막을 수 있는 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다.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예방에 대한 조례가 없다 보니 안심가림막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련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은 남구와 광산구의 경우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에 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다. 특히 광산구는 전체 103개 공중화장실 가운데 겨우 7곳에만 가림막이 마련돼 있다.
이에 반해 관련 조례를 만든 서구청과 북구청의 경우 모든 공중화장실에 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광주 북구의 모든 공중화장실에는 안심스크린(안심가림막)이 설치돼 있다"며 "별도로 마련한 조례에 근거해 예산을 배정받아 설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실버안심순찰대와 협약을 맺어 공중화장실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조례에는 상시점검체계를 구축해 불법촬영을 예방하고 불법촬영 피해가 우려될 경우 사후점검을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
불법 촬영은 동영상 유포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례 제정 등을 통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