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몰랐다?…'돈봉투' 7천만원어치 전달 보좌관 조사 임박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서울시장 선거 직후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나와 차량에 탑승해 캠프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며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정황은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 당시 7천만원어치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데다 최근 언론을 통해 송 전 대표가 현금 전달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좌관 진술에 따라 이번 사건의 '정점'인 송 전 대표 지시나 개입 여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2021년 5월 치러진 전당대회를 앞둔 4월 당대표 경선에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의 지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윤관석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은 윤 의원의 지시에 강씨가 4월 27일 현금 3천만원을 마련해 이정근(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파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는 강씨가 마련한 3천만원을 300만원씩 봉투 10개에 나눠 담아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 전 부총장에게서 봉투를 받은 윤 의원은 28일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에게 전달했다.

윤 의원은 또 같은 날 강씨와 이 전 부총장에게 추가로 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강씨와 이 전 부총장, 박씨는 같은 방식으로 마련한 돈을 돈 봉투에 나눠 담아 윤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이 봉투를 또 국회의원 1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씨는 현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송영길 캠프에서 근무하는 지역상황실장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캠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실장들에게도 현금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시·권유하면서 지인을 통해 마련한 1천만원을 박씨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 돈은 이 전 부총장이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나눠 캠프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전달됐다.  

박씨가 전달에 관여한 돈의 규모는 전체 9400만원 가운데 7천만원에 이른다. 특히 이 돈은 민주당 현역 의원과 캠프 내 지역상황실장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박씨가 단순히 전달자 역할에 그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연합뉴스

박씨가 송 전 대표의 측근 보좌관인 만큼 송 전 대표가 사전에 이를 알았거나, 사후에 보고가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 수사도 송 전 대표가 인식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박씨는 검찰이 지난 16일 불러 조사한 강씨와 전직 대전 동구 구의원 강화평씨에 이은 다음 소환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여기에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녹취록도 등장했다. SBS는 전날 이 전 부총장이 강씨와의 "송(영길)이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조사해 송 전 대표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진술도 받았다고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속도감 있는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이 전달됐다는 사건의 성격과 제1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수사라는 점 등을 감안해 공여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송 전 대표가 애초 7월로 예정된 귀국 시기를 앞당겨 검찰 수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