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둘러싼 민주당 내 기류 변화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애초 자체 진상조사를 검토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전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민주당의 입장 변화로 검찰이 제1야당을 향한 정치적 기획 수사, 야당 탄압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수사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걸림돌'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도 있다.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자금 마련과 전달에 관여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전직 대전 동구 구의원 강화평씨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전당대회 당시 후보인 송영길 의원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인물이다. 특히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금품 조성을 주도한 자금 마련책으로 강 회장을 지목했다. 강 회장은 전당대회에 뿌려진 9400만원 중 8천만원을 지인을 통해 마련했다. 나머지 1400만원에 대해서도 자금 조성을 지시하거나 권유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강씨는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들에게 현금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강 회장을 불러 자금 출처와 전달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회장이 지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만큼 자금 조성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강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강 회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국회의원은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 안팎에 이른다.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이름을 올린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우선 소환 대상자로 꼽힌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할 돈 봉투 조성을 지시하고, 실제로 300만원 담긴 봉투 10개씩을 두 차례 넘겨받아 의원실을 돌며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들 국회의원과 관련해 "(돈 봉투) 공여 과정에 가담한 것이 수사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불법 자금 조성과 전달에 관여한 송영길 캠프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국회의원들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속도감 있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이 전달됐다는 사건의 성격과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수사인 만큼 공여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관심사다. 특히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사전에 알았거나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에는 이성만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돈 전달 방법을 논의하면서 '송(영길 전 대표)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와 연락했다고 밝히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고 할 것인지 조만간 파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또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처음 말한 것처럼 나는 잘 모르는 일이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조기 귀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이 조기 귀국을 요청한 만큼 송 전 대표가 애초 7월로 예정된 귀국 시기를 앞당겨 검찰 수사에 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