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지뢰밭 사막서 목숨 걸고 '송로버섯' 찾는다

사막에 송로버섯 찾아 나선 민간인 등 36명, IS 추정 공격으로 사망
시리아인권관측소 "2월 이후에만 송로버섯 채취 도중 240여명 숨져"

시리아에서 거래되는 송로버섯. 연합뉴스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에서 생활고 속에 송로버섯(트러플)을 찾아 나선 주민들이 이슬람국가(IS) 추정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 dpa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시리아 하마주(州) 동부 사막에서 송로버섯을 채취하던 주민 등 36명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IS 소속으로 보이는 전투원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민간인이 19명, 친정권 전투원은 17명으로 파악된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설명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과 그에 따른 경제난으로 생존을 위해 송로버섯 채취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송로버섯은 크기와 등급에 따라 1㎏당 최대 25달러(약 3만2천 원)에 거래되는데, 평균 월급이 18달러(약 2만3천 원) 수준인 시리아에서 이는 거액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년 2~4월이면 수백 명이 송로버섯이 주로 자라는 사막 등지로 몰려든다.

문제는 시리아 사막에는 교전에 따른 지뢰가 곳곳에 깔린 데다가 IS 등과 연계된 지하디스트 측 은신처가 포진해 있어 송로버섯 채집에 나선 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하마주 시골 마을 두와이잔에서는 대전차 지뢰가 터져 송로버섯을 찾던 민간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2월에는 홈스주 사막 지역에서 IS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자들이 송로버섯을 채취하던 이들을 공격해 최소 6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IS 등 지하디스트의 공격과 이들이 매설한 지뢰로 인해 올해 2월 이후에만 송로버섯을 채취하던 사람 240명 이상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파악됐다.

IS는 2019년 3월 미국 주도 연합군에 의해 패퇴했으나 잔당 1만여 명은 시리아 사막과 이라크 등지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펴거나 산발적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주에서는 IS 지하디스트로 추정되는 자들이 목동 5명을 살해하고 양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발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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