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마징가Z 슈퍼 ○○이가 다 해결할게요!"
지난 11일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손편지를 전하면서 임시대피소를 온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
17일 강릉시에 따르면 한 강릉시민이 임시대피소로 보낸 구호물품 상자에는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과 피해 주민들이 편히 마실 수 있는 음료가 가득했고, 두 통의 편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이 중 서툰 글씨로 '아레나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라고 적힌 봉투가 눈에 띄었다. 편지에는 "불나서 어땠어요? 당연히 무서웠죠? 하지만 걱정마요. 나 마징가Z 슈퍼 ○○이가 다 해결할게요! 스틱스강에 맹새(세)할게요"라는 어린 아이의 귀여우면서도 속깊은 약속이 적혀 있었다.
아이는 이어 "그까짓 불따위 겁내거나 무서워하거나 밀리면 안되요! 힘내세요!"라며 순수한 응원의 마음의 전했다. 이와 함께 임시대피소에 있을 아이들을 위해 가족들과 회의한 끝에 학용품을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부모가 쓴 편지에는 "수시로 관계기관에 문의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멀리서, 가까이서 온 국민이 응원합니다"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서 보낸 정갈한 글씨로 적은 메모와 비타민, 진통제가 한가득 들어있는 박스도 임시대피소로 도착했다.
메모에는 "이번 강릉 화재로 인해 피해 입으신 주민들이 재산상 피해와 마음의 피해가 심히 크리라 생각합니다. 작으나마 저의 정성을 보내드리오니 필요한 곳에 사용해주세요"라는 내용으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강릉에서부터 서울까지 산불로 피해를 입으신 주민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고 있다"면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이 온기가 식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주불이 잡혔다. 특히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다른 '도심형 산불'로 확산하면서 주택과 펜션, 상가 등 건축물 피해가 컸다.
이번 불로 지난 16일 오후 5시 기준 주택과 숙박시설 등 266동의 건축물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명 피해는 주민 1명 사망, 부상 19명 등 모두 20명이다. 최악의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143세대 297명은 임시대피소인 강릉아레나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15세대 54명, 지인 집에서 9세대 23명, 1가구 2명은 펜션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지난 12일 강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빠르게 피해지역을 복구하고, 피해 주민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시는 피해주민 신고접수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간 합동조사를 통해 조속히 복구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