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외국인 센터 리온 윌리엄스는 16일 오후 창원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9분47초 동안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종료 13초를 남기고 자밀 워니가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마침내 코트를 밟게 됐다.
창원 LG는 김준일의 자유투로 91-90 역전에 성공했다. SK의 돌격대장 김선형이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스크린 과정에서 혼전이 있었고 김선형은 어렵게 슛을 던졌지만 공은 림을 외면했다.
이때 리온 윌리엄스가 등장했다. 김선형의 슛 실패로 SK의 패배가 임박한 상황에서 그는 공격리바운드를 따냈고 곧바로 골밑 득점을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0.6초, SK는 92-91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그 순간 조상현 LG 감독은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조상현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리바운드 한 개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경기를 통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리온 윌리엄스는 13초만 뛰고도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록은 2득점, 1리바운드가 전부. 하지만 그의 기록이 SK를 살렸고 창원 원정 2연승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외국인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 제도 하에 리온 윌리엄스의 팀내 역할은 크지 않다. 주득점원 워니가 대부분의 출전 시간을 차지한다.
하지만 리온 윌리엄스는 팀 상황을 이해한다. 그리고 늘 준비돼 있다. 워니가 다쳤던 지난 2021-2022시즌 정규리그 막판 마치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외국인선수 2명 출전이 가능했던 3월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자랑했다.
리온 윌리엄스는 "정신적으로 항상 경기에 몰입한 상태를 유지한다.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하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계속 집중력을 유지한다. 마지막 순간에 들어가도 충분히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다. 못 뛴다는 생각을 너무 하게 되면 경기에 들어갔을 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의 2차전 영웅은 또 있었다. 자밀 워니가 40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역할을 해냈다면 베테랑 슈터 허일영은 24득점을 퍼부으며 SK에 큰 힘을 실어줬다. 전주 KCC를 상대한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허일영이 폭발하자 SK는 춤을 췄다.
전희철 SK 감독은 "LG가 준비를 많이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선형의 돌파 라인을 견제하는 수비가 강해졌고 워니에게 도움 수비를 가는 타이밍이 과감해졌다. 이 때문에 SK는 공격에 필요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전반전에 고전했던 이유다.
그래서 전희철 감독은 비장의 수를 꺼내 들었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슈터 허일영을 투입했다. 허일영이 들어가면 LG 수비의 사이드 한 축은 골밑 도움수비를 가기가 부담스러워진다. 허일영 앞의 공간을 비워두는 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희철 감독은 "상대가 3-가드로 나오면 우리도 3-가드로 대응하는데 허일영은 발이 다소 느려 힘들다. 대신 허일영이 터지기 시작하면 상대도 고민에 빠지게 된다. 허일영을 후반에 먼저 투입했고 2대2 공격을 많이 안 하는 윤원상을 따라다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비에서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 했고 대신 허일영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허일영은 벤치의 계획을 파악하고 완벽히 수행했다. 4쿼터에 8점을 몰아넣었는데 이는 SK가 4쿼터 초반 10점 차 열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
허일영은 "1차전에서 슛을 많이 못 쐈다. 찬스가 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슛 감각은 계속 좋았다. 찬스가 오면 자신있게 던지자고 생각했다. 단기전은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미룬다고 해서 공격 기회가 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를 할 줄 아는 베테랑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