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사법리스크가 이재명 대표 개인을 넘어 당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인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은 지금껏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단일대오'를 강조해온 터라 향후 자체 조사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그 수위가 주목된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 논의를 마친 뒤 다음주쯤 당내 기구를 통해 '돈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조사 등 방법이 있다. 방안이나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이 직접 진상규명에 대한 방침을 밝힌 만큼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로는 윤리심판원과 같은 기존 조직을 통한 방법과 더불어 별도의 기구를 꾸리는 안(案)도 거론된다.
검찰 수사가 '여권의 국면전환용 기획 수사'라던 당의 기존 기조를 뒤집고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황이 담긴 녹취록 보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전부 다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서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저는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당 인사들이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추가로 공개되고 관련 의원 명단이 도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당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시(2021년) 코로나19가 굉장히 심할 때 (전당대회) 선거를 치렀다. 그래서 다른 선거보다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녹취록 보도를 보고 심히 걱정이 된다.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재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두 의원은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도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검찰의 수사는 야당 탄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과연 당내 진상조사 기구가 제대로 작동해 '부패 정당'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이들에게 엄중한 징계를 내릴 경우 검찰의 수사가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는 기존의 당 기조와 모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이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의 관계를 두고 자칫 당내 계파전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돈봉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의 경우 그동안 이 대표와 '밀월 관계'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전폭 지원해주는 행보를 보여 '이심송심(李心宋心·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출마해 당선됐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언론에서 육성으로 된 녹취, 녹음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황망할 따름"이라며 프랑스에 머무는 송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