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세월호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씨의 편지 낭독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어 이영수씨는 "너희의 죽음만 특별하게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모든 죽음이 위로받을 일이고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시민 등 2천여명 몰려
시민들은 '기억, 약속, 책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모자와 리본을 착용하고 있었다.
12살 딸, 8살 아들과 함께 화랑유원지를 찾은 김모(42)씨는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슬픔을 잊지 못한다"며 "아무런 죄 없는 학생들의 죽음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다. 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딸 김모(12)양도 "2년 전 엄마, 아빠한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형, 누나들이 아니라 내가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때부터 매년 엄마, 아빠, 동생과 기억식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시에서 온 임모(27·여)씨는 "아무래도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나와 같은 나이다 보니 세월호 참사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며 "친구들이 무슨 이유로 희생됐는지 하루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정치권 "안전한 나라 만들겠다" 약속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조희현 서울시교육감, 이민근 안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가 남긴 아픈 상처와 국민의 질책을 가슴에 새기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도 "학생과 선생님이 마음 놓고 교육활동을 펼치도록 지원하고,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약속했다.
해외출장중인 김동연 경기지사를 대신해 기억식에 참석한 염태영 경제부지사는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회의 품격이 드러나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달라질 수는 없다"며 "4·16 생명안전공원이 차질 없이 준공되도록 경기도가 방법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기억식에서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SNS를 통해 "9년 전 그날 진도 앞바다에 국가는 없었다"며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달라야만 했다. 그러나 각자도생 사회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유가족, '진실 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의 온전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소리높여 외쳤지만 9년이 지난 오늘날 어느 하나 이뤄진 게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부터라도 힘을 모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도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9년이지만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생각나고 보고 싶은 우리 아이들인데, 왜 1명도 구조받지 못했고 그 큰 배가 침몰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며 "국가가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4시 16분에 맞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이 1분간 울리는 것으로 기억식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