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기조 완화 기대와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작 시점 수준으로 내려왔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다. 지난달 3일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가 0.77%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특히 하단 금리는 한국은행이 연 0.75%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속 인상 행보를 시작한 직후인 2021년 9월 말(3.220%)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이처럼 급락한 주요 이유로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 3일에 비해 0.619%포인트 하락한 점이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에서 파생된 금융 불안을 감안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시장 금리 낙폭도 컸다.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연 4.180~6.631%로, 하단 금리가 지난달 3일 대비 0.74%포인트 하락했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 역시 지표금리 하락과 맞물려 같은 기간 하단이 0.74%포인트 내려와 연 4.680~6.06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 행태를 겨냥해 장기간 견제구를 던져온 점도 대출금리 하락의 또 다른 배경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상생금융' 구호를 내걸고 앞 다퉈 가산금리를 낮췄다.
아직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초점이 '물가 안정'에 맞춰져 있음에도 시장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책 효과가 제대로 일어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 수준(2%대)을 웃도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상황 및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금리 인하 유도 행보가 한은의 기조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워싱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