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이 자신들이 소유한 도로에 대해 서울 중구청이 세금을 부과한 것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도로라고 판단해 과세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은 기업은행이 중구청을 상대로 낸 재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중구청은 2018년 9월 기업은행이 소유한 을지로 일대 총 4곳의 대지에 대해 16억 9천만 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반발한 기업은행은 그해 1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 심판원은 일부 대지에 대해서 과세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조세심판원은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에 제공되는 점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해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라는 점 등을 근거로 과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봤다.
다만 기업은행은 과세 취소 결정을 받지 못한 나머지 대지에 대해서도 과세는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기업은행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되고 있는 대지는 2018년 무렵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108조 본문에서 정한 재산세 비과세 대상인 '사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쟁점 대지에는 기업은행이 소유한 건물 외에도 각종 고층건물과 업무시설들이 밀집돼 있다"라며 "주변에 지하철역 입구와 버스정류장,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어 전체적으로 불특정 다수인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로 볼 수 있다"라고 봤다.
앞서 대법원도 "사도의 소유자가 당초 특정한 용도에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한 사도라고 하더라도 사도 소유자가 일반인의 통행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고, 실제로도 널리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에 이용되고 있다면 사도로 봐야 한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판례에 따라 "기업은행 본점 건물과 파이낸스타워 인근을 지나는 보행자가 오직 공도 만을 이용해 통행하는 것은 현저히 곤란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쟁점 대지는 여러 시설물 등으로 인해 사실상 통행이 어렵거나 또는 통행로 기능이 부족한 공도를 대신해 일반 보행자들의 주된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