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새 음원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 듀오 홈메이드레코딩(타루·조성환)이 웃으며 말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월간 윤종신'의 성공으로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진 않지만, 매달 음원을 내는 게 쉽지는 않을 터. 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냐고 묻자 돌아온 말은 "재밌으니까"(조성환)와 "그분(하나님)의 뜻"(타루)이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홈메이드레코딩을 만났다. 둘 다 기독교인이라 건물에 들어섰을 때 'CBS는 마음이 편해'라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연 두 사람은 '함께 일하는 게 얼마나 즐겁고 만족스러운지'를 거듭 표현했다. 한때 완전히 소진되는 슬럼프를 겪었음에도 지금은 '명곡을 남기겠다'라는 바람이 너무 자주 이루어져서 자주 벅차다거나, 서로 뇌를 공유한 것처럼 둘 다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 소름까지 돋는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홍대 여신'의 한 명으로 불렸던 보컬리스트 타루(김민영)와, 커피소년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조성환은 서로 겹치는 지인이 있어 얼굴만 알던 사이였다. 친분이 생기기 시작한 건 4~5년 전이다. "어떻게 친해졌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되게 신기"하지만, 어느새 "소중한 지인"이 되어 "같이 음악을 해서 다섯 배 신기하다"(모두 타루 발언)는 게 이들의 사이를 보여주는 솔직한 표현이다.
조성환은 워낙 유명한 가수라서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들었다고 고백했지만, 타루는 조성환을 몇 번 만난 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라고 여겼고, 번아웃이 온 시점이었음에도 '성환이랑 같이 음악을 하면 힘들지 않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저지르고 본다는 타루가 주도했고, 조성환이 응하면서 '홈메이드레코딩'이 시작됐다.
음악을 같이 해 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긴 했으나, 타루는 당시 번아웃에 빠져 있었다. 음악을 하면서 만족하고 내 삶도 달라져야 하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고, 반응도 의미도 없는 것 같아 '왜 음악을 해야 하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했다.
세상에 홈메이드레코딩의 존재를 알린 첫 정규앨범 '숨고싶어요'는 '숨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누구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의 외로움과 아픔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표류하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나, 곡을 감싸는 정서는 전반적으로 따뜻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들은 갖지 못했어도 "씨앗이 뿌리내릴 수 있는 그런 틈"이 있다는 '게으름뱅이', "나도 칭찬받고 싶은데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할 수 있다면 될 수만 있다면 당신의 눈길 받고 싶어요"라는 '칭찬해주세요', "안다고 말하지만 괜찮다고 하지만 모든 게 서툴고 누구보다 더 많이 아프"다고 고백하는 '숨고싶어요'까지, 시린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우울함과 무거움보다는 부드럽게 보듬는 곡이 더 많은 것을 두고, 희망을 노래하는 자세는 타고난 건지 물었다. 이에 타루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노력을 많이 해서 긍정적으로 변하긴 했다. 좀 오기도 있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이후에, 내가 살아있는 거에 대한 염치를 갖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굉장히 소망했던 삶을 어쨌든 나는 지금 살고 있고, 이건 참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돌아가신 분들을 대신해서 내가 더 살려면 좀 내 삶의 의미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면 내가 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어떤 걸 해야 될까. 따뜻한 노래가 많다고 하셨는데 저한테도 필요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그런 가사들이 나왔거든요. 나에게도 칭찬이 필요하고, 우리 사회는 좀 칭찬이 필요한 것 같고 그래서 그런 걸 좀 찾았어요. 계속 고찰하면서 가사를 쓰니까 약간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홈메이드레코딩은 저한테도 참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 (타루)
이런 환상적인 호흡의 비결은 뭘까. 조성환은 "가사 콘셉트가 명확하니까 곡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그냥 너무 보인다. 고민이 안 되고, 가사가 이러니 곡을 이렇게 써야겠다 하고 술술 나온다. 가사가 너무 좋아서 (작곡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타루도 마찬가지다. 그는 "곡이 가사를 너무 적절히 담아낸다. 감정이 딱 잡혀서 감동 주는 포인트를 짚어내서 가끔 얘기한다. '너무 신기하고 고맙다'고"라고 덧붙였다.
의견 충돌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하자, 타루는 "존경하는 부분이 있다, 확실히. '내가 너보다 음악을 더 잘 알아' 하면서 서로 자기 의견을 설득하려고 안 하고 리스펙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성환이 "의견이 당연히 100% 맞지 않을 수 있다.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대화하고 소통하다 보니 합의점을 찾게 된다"라고 하자, 타루는 "성환이가 저한테 많이 맞춰준다"라고 공을 돌렸다. "불화는 없네요, 감사하게도." 조성환이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 트랙 '화분'부터 '숨고싶어요' '나쁜 마법' '게으름뱅이' '어려운 말은 싫어요' '칭찬해주세요' '철문' '열이 나네요'에 타이틀곡 '엄마는 몰라요', 마지막 트랙 '넌 나무처럼 자라'까지 총 10곡이 수록된 첫 앨범 이후 4년 넘게 공백이 있었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비수기인 12~1월을 지나 올해 2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새 노래를 낸다. 11월까지 이어진다.
2월에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을, 3월에는 '봄은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발표했다. 1집 앨범이 품었던 따뜻한 정서가 이어진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은 얼핏 '별 볼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별(star)을 보는 사람이라고 노래하고, '봄은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당장은 울음이 묻히고 세상에 버려져 빛을 잃은 것 같아도 봄은 한 번도 잊지 않고 당신을 찾아온다고 위로한다.
4월부터 11월까지 신곡 8곡이 남았다. 곡은 이미 다 만들어 두었고, 후반 작업 정도가 남았다. 타루는 '우리 왜 이러지? 곡이 왜 이리 빨리 나오지?'라고, 조성환은 '작업 속도가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만족도는 '최상'이다.
"정말 만족해요. 저희가 연륜도 있어서, 서로 물이 올랐을 때 만나 작업하고 있어서 작업물이 서로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어느 정도로 만족스럽냐면, 저 같은 경우 '타루 음악'은 제 일이잖아요. 저도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이 있어서 일하지 않을 땐 굳이 제 노래 안 듣는데, (홈메이드레코딩 곡은) 오늘도 듣고 나왔어요. 8월에 나올 곡이고 가이드만 있는데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가 위로받으려고 듣고 있어요. '아, 절묘한 코드 진행이야' '어떻게 이 가사에 맞게 이렇게 나왔지? 하면서요. 그 정도로 제가 리스펙해요. 작업하면 진짜 즐거워요. 막 울 때도 있어요. 벅차오르고 감명받아서요.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니!!" (타루)
오늘(16일) 발매되는 4월의 신곡은 '이력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이력서를 써야 했던 타루는 그때 '되게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간략히 기술하는 이력서는 왠지 반쪽 같았다. 이력서에 '사람'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곡이 '이력서'다. 그래서 "작은 한숨 놓치지 않는 맘, 먼저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며 "기계가 아닌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라고 노래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자'고 방향을 잡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 한 걸음씩 걸어온 홈메이드레코딩. 곡을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특히나 만족도가 높다. "죽기 전에 만족할 만한 명곡을 너무 남기고 싶었다"라는 타루는 홈메이드레코딩 곡 작업을 하면서 몇 차례나 '여한이 없음'을 느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주 벅차오른다고.
물론 어떤 일에든 그늘은 있다. 이들은 홈메이드레코딩을 통해 돈 벌 생각은 딱히 하지 않는다. 타루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니 그럴 시간에 창작을 더 하자는 주의다. 조성환은 "돈 벌 생각 했으면 이 팀은 처음부터 시작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가 되어서야 '홈메이드레코딩'이라는 팀명의 뜻을 물었다. "집밥 같은 음악"을 하고 싶으나, 팀명을 차마 '집밥'이나 '가정식'이라고 지을 수 없어 고른 게 지금의 이름이 됐다.
타루는 "소셜미디어에는 너무 화려하고 소위 잘난 분들이 많다. 포털에도 전부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만 나와서 굉장히 피로감을 느꼈다. 멋지고 화려한 게 아니라,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음악을 만들자는 마음"이라면서도 "제게 이름 지을 권한을 줘서 이렇게 지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길다'고 질타를 받았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애정 어린 이 이름을 가지고,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가는 게 목표다. 타루는 "'유퀴즈'가 원래 일반인들의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콘셉트였다. 그게 저희 콘셉트랑 되게 맞는다. 저희가 노래하고 싶은 건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하고"라고 부연했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홈메이드레코딩은 소속사 없이, 모든 일을 나눠서 한다. "가내수공업의 끝"(조성환)이면서, "전폭적인 방송 활동 지원 같은 건 없지만"(타루)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편하다. 차가 있는 조성환은 운전을 맡고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등을 관리하고 정산을 담당한다. 팀의 영업과 홍보는 타루 몫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타루는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과 본인 작업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링크가 담긴 스티커를 건넸다.
4월 '이력서'를 시작으로 직장인을 위한 밝은 곡을 계속 낼 홈메이드레코딩은 회사로 찾아가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회사에도 힐링이 필요한 분위기"(조성환)라서 생각해봤고, 공연을 위해 앰프도 샀다. 그냥 평상시 일할 때든, 워크숍이든 어디든 간다.
"공연 찾아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찾아가려고 해요. 저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연락 주세요. 염가에 해 드릴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