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8 L 모델의 별칭은 '회장님 차'다. 고급성과 안전성 그리고 승차감까지 모두 집약한 평가다. 두 다리를 뻗고도 남는 넉넉한 공간의 뒷자리와 정숙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뒷좌석에 누울 듯이 머리를 젖히고 앉아 마사지 기능으로 몸을 풀고 있다 보면 마치 회장님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회장님 차'를 평가하는 기준은 이렇게 뒷좌석 중심이다. 회장님은 직접 차를 모는 경우보다 뒷좌석에 앉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우디 A8 L 모델이 '회장님 차'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데에도 이같은 뒷좌석의 매력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아우디 A8 L은 어떤 차일까.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주·야간 환경 모두에서 A8 L을 몰아봤다. 야간에 서울 청담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운전하고, 이튿날 주간에 인제에서 청담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왕복 300㎞의 도로에서 주행 능력을 경험했다. 짧지 않은 이틀의 시간 동안, A8 L은 '운전자에게도 참 친절한 차'라는 인상을 줬다.
많은 친절함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건 A8 L의 '눈'이었다. 레이저 라이트를 탑재한 아우디의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어두운 밤길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춰줬다. 조명의 길이를 조절해 앞차와의 간격을 알려주고, 맞은편에서 차량이 달려오면 스스로 빛의 밝기를 줄여 이른바 '눈뽕'을 피했다. 마찬가지로 앞차의 룸미러에 조명이 닿아 눈부심을 유발하는 일이 없도록 헤드라이트가 자동으로 앞차 뒷바퀴까지만 빛을 쐈다.
야간 주행 2시간 동안 이 '디지털 매트릭스 LED'는 말 그대로 '열일'했다. 가로등이 나타나면 빛을 줄이고, 어두운 지역이 늘어나면 조명을 양옆으로 폭넓게 비춰주며 최대 시야각 확보를 도왔다. 평소 시력이 안 좋아 야간 운전을 꺼려온 기자에게 깜깜한 하늘 아래 대낮 같은 주행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행 동안 눈의 피로도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실제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일반 LED보다 높은 밝기를 갖고 있다. 촘촘하게 배열된 광선이 보다 넓은 가시 범위를 밝히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차량에 LED 라이트를 적용한 건 아우디가 세계 최초이기도 하다.
이같은 아우디의 강점은 향후 자율주행에서도 큰 이점이다. 자율주행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사람이 아닌 차량 스스로 도로의 차선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밤길에서도 밝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차량의 '시력'이 좋다는 의미다. 아우디가 세계 최고 수준의 라이트 기술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주간 주행에서는 힘찬 가속능력과 핸들링이 또다른 만족감을 줬다. 제로백 5.8초의 가속성능은 고속주행에 부담을 주지 않았고,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스티어링휠 조작감은 손목부터 어깨와 허리로 이어지는 운전자의 부동근육에 긴장을 풀어줬다. 2시간을 내리 운전해도 몸에 쌓이는 피로도가 다른 차량과는 확연히 달았다. 회장님이 직접 운전해도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