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밀유출한 미군…평소 10대 모인 채팅방서 '왕' 노릇했다

10대들 모인 채팅방서 대장 노릇…"공유한 문서 안 읽으면 화내기도"
"총·무기 애호가로 카리스마 넘쳐…정보 외부 유출은 금지"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3일(현지시간)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체포한 잭 테세이라는 21세의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으로 밝혀졌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매사추세츠주(州) 방위군의 공군 내 정보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테세이라가 기밀 문건의 첫 유출 공간으로 지목된 온라인 대화방 운영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테세이라는 2019년 9월 매사추세츠 방위군에 입대했으며 '사이버 전송 전문가'로 군사 통신망 관리를 담당했다.

AP통신은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세이라가 통신망 보호와 관련된 직무를 맡고 있어 더 높은 수준의 정보 접근 권한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테세이라는 미군의 주요 기밀을 소셜미디어 플랫폼 '디스코드'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란 이름의 비공개 채팅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이 채팅방 회원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WP)는 테세이라를 "카리스마 넘치는 열성적 총기 애호가"라고 평가했다.

이 회원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총과 무기, 게임 등을 좋아했고 이런 주제의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2020년 디스코드에 채팅방을 개설했다.

그는 약 24명이 모인 이 채팅방에서 'OG'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리더 역할을 했다.

채팅방 회원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방 안에 고립된 10대들이었고, 이들은 이 채팅방을 피난처로 삼으며 리더인 그를 존경하며 따랐다고 한다.

WP와 인터뷰한 한 10대는 "OG는 몸이 좋고 힘이 센 데다가 총도 있고 훈련도 돼 있다"며 "어떤 말도 안 되는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그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주요 사건에 대해 예언하듯 말하자 그를 선지자처럼 추앙했다고 한다.

채팅방에서는 평소에 주로 총기와 비디오게임 등을 주제로 한 잡담이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했지만, 리더인 OG는 언젠가부터 기밀 정보를 담은 문서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WP와 인터뷰한 회원은 그가 어린 추종자들에게 글로벌 정치에 대해 교육하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한 상세한 차트나 위성 이미지 등을 동반한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은 그가 이런 특급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이 회원은 "마치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I'm the big guy)라는 듯이 친구들에게 과시하는 태도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OG는 처음에는 문서 내용을 직접 타이핑해 올리다가 양이 점점 많아지고 회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문서를 직접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회원들이 잘 읽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이 사진들 탓에 덜미가 잡혔다. FBI는 사진 속 배경으로 반복해서 찍힌 그의 본가 내부 모습 등을 포착해 그의 신원을 빠르게 특정했다.

채팅방 회원은 그가 기밀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채팅방 밖으로의 유출은 금지했다면서 "그는 러시아 스파이도, 우크라이나 스파이도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미국 언론들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과 비교해 테세이라의 유출 동기는 정의감이나 내부고발 목적보다는 '자기 과시 욕구'가 주된 동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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