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현실에서 앞을 향해 발 디딜 힘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다정함'이다. 누군가의 위로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할 때, 애니메이션 '거울 속 외딴 성'이 주는 다정함의 마법을 꼭 경험해보길 권해본다.
코코로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안의 거울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하고, 코코로는 홀린 듯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거울 속 세상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로운 성이었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여섯 명의 친구와 늑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소녀 '늑대님'을 만나게 된다.
늑대님은 "성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지"라고 말하고, 처음에는 관심 없는 척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적극적으로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열쇠를 찾으며 조금씩 가까워진 코코로와 친구들은 뭔가 수상한 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성장물과 판타지에 추리극이라는 형식까지 더해진 '거울 속 외딴 성'은 상처 받은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고 연대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장 드라마를 기본 바탕으로 하되 판타지적인 배경을 갖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기에 더해진 추리극의 요소는 미스터리가 가져오는 호기심만이 아니라 감동과 눈물을 끌어내는 연출로 작용한다.
영화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양'을 모티프로 거울 속 외딴 성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7명의 상처받은 아이들, 늑대님의 표현대로 '길 잃은 빨간 모자'들 중에서도 주인공 코코로의 이야기와 시선으로 전개된다.
'거울 속 외딴 성'이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점은 단순한 성장물이라는 드라마로만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왜 7명의 인물이 거울 속 외딴 성에 모였고, 왜 이들을 '빨간 모자'라고 부르는지, 왜 늑대님이라 불리는 존재가 등장하는지, 왜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도 한날한시에 한 장소에서 만나지 못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들을 던져놓고 이를 추리해가는 장르적인 재미를 더했다.
일곱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관객들 역시 어떤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점 역시 영화의 남다른 지점이다. 현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거나,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스크린 밖 관객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게 된다. 그 작은 관심 속에 담긴 것 역시 '다정함'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비록 다른 시간에 존재했고 서로를 몰라봤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서로를 몰랐음에도 연결되어 있었다. 온전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서로를 찾아내 위로했다. 그들은 따로 존재했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던 거다. 소원의 열쇠가 발휘하는 마법 이상의 우정과 연대가 그들을 이어놓았다.
이처럼 현실에서 갈 곳 잃은 아이들이 외딴 성에 모여 결국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그들에게도 '미래'가 있음을 알게 되고, 현실에서도 갈 곳을 찾게 된다.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는다.
감독은 상처받은 7명의 아이를 그냥 차가운 스크린 안에 두지 않는다. 서정적인 색채로 아이들은 물론 관객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영화적인 표현 그 자체로도 다정하게 위로하는 '거울 속 외딴 성'의 진짜 마법은 이러한 '다정함'이다.
116분, 4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