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기력이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모비스와 5차전 혈투를 펼친 여파였다. 캐롯 김승기 감독은 일찌감치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했다.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2차전까지 내다본 결정이었다.
캐롯은 13일 4강 플레이오프 원정 1차전에서 KGC에 43대99, 56점 차로 패했다. 2014년 12월 삼성이 전자랜드에 100대46, 54점 차로 패한 불명예 기록을 깼다.
김승기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오늘 경기를 따라가려고 끝까지 하면 결국 2차전도 없다고 봤다. 체력을 안배했다. 2차전은 총력전으로 나가겠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안 좋았다. 팬들이 많이 왔는데 열정적으로 못해서 미안하다. 같이 붙으면 체력 소모가 더 커져서 2차전에 더 망가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16분43초, 디드릭 로슨은 20분25초만 뛰었다. 다만 전성현이 23분41초를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승기 감독은 "로슨도, 정현이도 너무 많이 뛰었다. 오늘 성현이가 많이 뛰었는데 2차전은 시작부터 나갈 것이다. 제대로 짜서 나가겠다"면서 "오늘은 정면 승부를 했다고 할까, 오마리 스펠맨을 그냥 놔두고 정상적인 도움 수비만 했는데 2차전은 다른 쪽으로 확 바꿔서 나오겠다"고 설명했다.
불명예 기록까지 떠안았지만, 2차전에서는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전력상 열세는 분명하지만, 변칙 전술로 KGC를 괴롭히겠다는 각오다.
김승기 감독은 "여기까지 올라온 과정을 다들 아시니까 팬들도 이해해줄 것이다. 슛감을 잡고 2차전을 준비하자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슛이 안 들어간다고 뭐라 할 수도 없다"면서 "2차전에서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기록이 나오지 않도록 따라가고 싶었다. 다만 그러다 2차전도 망쳐버려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 선수층이 두터운 것도 아니다"면서 "다음 경기는 정상적으로, 정확하게 다 짚고 넘어가겠다. 팬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하겠다. 승패를 떠나 정말 잘했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다. 다른 변칙을 또 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