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경선캠프에서 현역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지역본부장과 상황실장 등 선거관계자 수십명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이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돈 봉투를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윤관석·이성만 등 국회의원 2명을 포함해 송영길 경선캠프 관계자 9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전날 윤 의원의 국회·인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등을 포함해 금품 전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강래구 한국감사협회 회장 자택 등 2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9명이 2021년 5월 치러진 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경선에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의 지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전국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을 포섭할 수 있는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들에게도 돈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전당대회 두 달 전인 3월초 이정근(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지시하거나 권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선에서 표를 행사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기 위해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건네자는 취지였다.
검찰은 실제 강 회장이 3월 중순쯤 조모 전 인천부시장에게 요청해 1천만원을 마련한 뒤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만들어 3월 30일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총 액수는 900만원가량이다.
또 강 회장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캠프 소속 A씨도 4월 500만원을 마련해 현금 50만원씩 봉투 10개로 나눠 이 전 부총장 등을 통해 지역본부장 7명에게 4월 11일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역본부장에게 돈 봉투를 뿌릴 때 이 전 부총장이 중간에서 금품을 건네받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 회장은 또 지역상황실장들의 선거운동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현금을 제공하자고 지시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4월말쯤 지인을 통해 현금 1천만원을 마련해 50만원씩 봉투 20개를 만들어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네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전달토록 했다.
또 비슷한 시기 같은 방식으로 조성한 1천만원을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국회의원에 대한 금품 전달 과정은 윤관석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의원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이 담긴 봉투 10개씩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금품 조성은 강 회장이 주도했다. 윤 의원의 지시에 따라 강 회장이 돈을 마련해 송 의원 보좌관이던 박모씨를 통해 300만원씩 나눠 담은 봉투 10개를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하고 윤 의원은 이 전 부총장에게서 이를 받아 4월 28일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또 같은날 추가로 전달할 금품을 마련해 달라고 강 회장에게 지시했고, 같은 방법으로 조성한 3천만원을 국회의원 10명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두 차례에 걸쳐 전달된 돈봉투를 받은 국회의원이 중복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의 의원이 연루됐다고 거론되는 이유다.
검찰은 이처럼 전당대회 과정에서 9400만원가량이 살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짜리 봉투로 총 6천만원이, 나머지 선거 관계자들에게 50만원짜리 봉투로 3400만원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이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녹음에 나오는 돈 봉투 외에도 다양한 전달 경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범위를 넓혔다. 따라서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액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탄압이자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전날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문에서도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본인이 거론되었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조사를 요청한 적도 없었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적 없는 압수수색"이라며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루어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와 이로 인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참고인 조사에 이어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 윤 의원 등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 관계자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