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10명의 유가족에게 판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4월 14일 금요일 기준으로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10명의 유가족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정부는 재단과 함께 해법 발표 직후부터 총 15명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법에 대해 설명드리고 이해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확정판결 피해자 10명의 유가족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 해법에 따른 판결금 지급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제3자 변제란 대법원 배상판결 확정에 따라 기본적으론 일본 기업이 돈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제3자가 이를 배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해석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해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7일 2명의 피해자 유족이 판결금을 수령했고, 나머지 8명의 경우 13일 오후 재단이사회가 열려 지급을 의결하면 오는 14일 지급될 예정이다.
대법원 배상판결이 확정된 소송은 모두 3건이므로 종합하면 일본제철 피해자 4명 중 3명,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5명 중 4명, 나고야의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6명 중 3명이 판결금을 받게 된다. 판결금을 받기 거부한 피해자 5명은 현재 생존해 있는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본인들, 그리고 다른 2명의 유족이다.
그에 필요한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지난달 15일 포스코의 40억원 기부로 기본적인 재원도 갖춰졌다. 포스코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의 경제협력자금을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개인 기부도 존재하긴 하지만, 재단 측은 해당 기부자들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는 이번 판결금 지급이 소송대리인단이 주장하는 '채권 소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소멸이 아니라 법적 권리를 만족하고 충족시켜 드리는 것"이라며 "채권소멸각서 같은 것은 필요가 없고 관련 서류는 신청서와 함께 소송을 승계한 유가족의 경우 가족관계 관련 증빙서류, 판결문 원본 위주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도 "이 프로세스는 채권을 소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일부에서 채권소멸각서를 받지 않는 것은 완벽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외부 검토 결과 제3자 변제를 할 경우 영수증, 또는 변제수령증명서만 있으면 채권소멸각서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고,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지급받은 피해자나 유가족들이 다시금 소송을 제기하거나 현금화 절차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효과는 채권 소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싼 사안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강제 현금화 절차라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가 지니는 함의는 작지 않다.
한편 수령을 거부한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재단 관계자는 "수령을 거부하는 내용증명은 모두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프로세스를 서류로만 할 수 없으니 만나서 찾아뵙고 설득하겠다"며 "그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없네' 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때 가서 또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는 측면들은 지금 가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형식요건을 정상화했고, 반도체 품목 수출규제 해제와 화이트리스트 복귀를 논의하고 있었으며 외교안보 2+2 국장급 대화도 언제 할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성의 있는 호응만 보다 보면 핵심 사안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있긴 한데, 전반적으로 비정상에 있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는 중이고 일단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