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에 2번이나 올랐던 씨름 간판 장성우(26·MG새마을금고)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생팀 이적 뒤 처음으로 장사 타이틀을 차지하며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장성우는 13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평창오대산천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140kg 이하) 결정전에서 이재광(영월군청)을 눌렀다. 5판 3승제 결승에서 3 대 0 완승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지난해 10월 안산 대회 이후 반년 만에 다시 황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통산 9번째 백두장사 등극으로 천하장사(2019년, 2020년)까지 포함하면 11번째 꽃가마에 올랐다.
특히 장성우는 MG새마을금고에 창단 멤버로 합류한 뒤 팀에 첫 우승을 안겼다. 장성우는 통산 12회 한라장사(105kg 이하)에 오른 오창록과 함께 지난 1월 창단한 새마을금고에 둥지를 틀었다. 2016년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하던 현대코끼리씨름단이 해체된 뒤 7년 만에 생긴 기업팀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큰 기대 속에 장성우는 올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첫 대회인 설날 대회에서 5위에 머물렀고, 문경 대회에서도 부진했다. 지난해 승률이 80%(78.22%)에 가까웠으나 올해는 40%에 머물렀다.
장성우는 그러나 삼세 번째 기어이 존재감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서 장성우는 그토록 그리던 신생팀의 첫 정상 염원을 풀었다.
8강전에서 장성우는 역시 천하장사 출신인 김진(증평군청)을 2 대 1로 눌렀다. 첫 판에서 김진의 안다리에 이은 밀어치기에 당한 장성우는 밀어치기로 되갚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셋째 판에서는 안다리를 구사한 김진을 되치기로 눕혔다.
4강전이 최대 고비였다. 장성우는 지난해 천하장사이자 4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을 달리는 모래판 대세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와 맞닥뜨렸다. 지난해 단오 대회에서 장성우는 김민재와 4강전에서 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장성우는 첫 판을 밀어치기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김민재도 장기인 들배지기로 둘째 판을 만회했지만 셋째 판에서 장성우의 노련함이 빛났다. 장성우는 안다리를 거는 김민재를 밀어치기로 눕히며 포효했다.
결승에서 장성우는 생애 첫 결승에 오른 이재광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눌렀다. 잡채기로 기선을 제압한 장성우는 잇따라 들배지기로 이재광을 제압하며 화려한 부활을 완성했다.
우승 뒤 장성우는 "팀 이적 뒤 실력이 안 나오고 예전만 못 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런 소문을 잠재우고 싶었다"고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화려한 부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고의 경기력,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면서 "팬들이 더 관심을 갖고 씨름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성우는 "사실 지난해 어깨 탈골 등 부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완치돼 몸 상태가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민재, 최성민(태안군청) 등 21살 듀오의 거센 도전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나도 일찍 실업에 왔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정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자극이 된다"고 강조했다.
부담을 덜어낸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 장성우는 "1년 내내 시즌인 만큼 장사의 기분은 오늘까지만 즐기고 보은 대회를 대비하겠다"면서 "항상 목표는 메이저 대회인 천하장사 대회"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