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커피·칼국수에 옷·이불 드려요" 강릉 산불피해에 지역사회 '온정'

12일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 일원 펜션 밀집지역과 산림에 전날 대형 산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강릉=황진환 기자

지난 11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주민들을 비롯해 진화와 복구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온정이 잇따르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초토화 된 경포 인근의 한 카페에는 지난 11일부터 눈길을 끄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강릉시 화재관련 소방·경찰·군인·기타 공무원 분들께 커피 무상제공 합니다(긴급 대피하시는 분들도 오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산불로 초토화 된 경포 인근의 한 카페에 붙어 있는 안내문. 전영래 기자

카페 업주는 강릉지역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며 "카페 매장이긴한데 불편하시더라도 음료 제공해 드리고 매장에 그냥 계셔도 괜찮다"며 "뭐라도 하고 싶은데 지켜만 보는 건 아닌거 같아 용기내 글을 올린다"고 전했다. 업주는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고 살아야하지 않겠냐"며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는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해물칼국수집도 지난 12일 출입문에 "오늘은 산불 이재민분들, 진화에 고생해주신 소방관, 경찰관, 군인, 공무원분들 30팀 무료제공과 30팀 이후 50% 할인해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주인 남우정(32)씨는 "우리 가게는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인근 업소들의 피해가 남일 같지 않고,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어 이런 결정을 했다"며 "어제(12일) 무료로 받은 손님이 많지 않았고 준비한 재료들도 남아 있어 오늘(13일)까지 무료제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불로 초토화 된 경포 인근의 한 식당에 붙어 있는 안내문. 전영래 기자

이와 함께 지역 SNS 등을 통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내용을 글들이 잇따르면서 이재민들은 물론 진화와 복구작업에 나선 인력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미용실은 "이재민들을 위해 샴푸나 린스가 필요하시다면 지원해드리고 싶은데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업주는 "복구가 될때까지 언제든 편하게 들리셔서 샴푸도 받아가시고, 음료와 간식 등도 준비했으니 아무때나 편하게 들려서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의 한 아동복 가게는 "이재민분들 중 아이가 있는 집이 있냐? 사이즈 맞는 게 있으면 옷을 드릴테니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을 달라"고 휴대전화 번호와 자신의 SNS 계정을 남겼다.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강릉 아이스 아레나 대피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릉=황진환 기자

또 한 주민은 "이불과 옷을 기부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져가야 하냐?"며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업소는 "뭐라도 해드릴 수 있는 게 크지 않지만, 잠시나마 가게 문을 닫아 놓고 대왕유부초밥 50인분을 가져다드리고 싶다.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온 지역 SNS의 운영자 또한 산불 피해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운영자는 "산불 피해를 보신 이재민에게 힘을 보태고자 한다. 적은 금액도 괜찮으니 많이 동참해달라"며 "모금이 완료되면 투명하게 내역을 공개하고 모두의 이름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산불 피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알렸던 게시글에는 "불 때문에 심란했는데 마음이 따뜻해져요, '돈쭐' 내주러 갑시다" 등의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댓글이 달리며 주의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민가를 덮친 강릉 산불. 전영래 기자

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주불이 잡혔다. 강릉시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주택 59동, 펜션 33동, 호텔 3동, 상가 3동 등 100동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명피해는 사망 1명, 경상 17명 등 모두 18명으로 파악됐으며 산불 영햑구역은 총 379ha(산림 170ha)로 추정된다.

현재 이재민 대피소가 꾸려진 강릉 아레나 1층에는 텐트 154동에 326명의 주민들이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급식 및 응급구호 물품,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이재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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