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두산의 경기가 미세먼지 여파로 취소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두 시간 이상 300㎍/㎥, 초미세먼지 농도는 150㎍/㎥ 이상 기록될 경우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KBO 리그 규정에 따라 경기가 취소된 것.
키움 선수단은 이날 오후 4시 20분께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오후 5시가 돼도 경기장에는 워밍업을 하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취소되기 전 키움 홍원기 감독은 "미세먼지 탓에 퓨처스(2군) 리그가 취소됐다"면서 "이런 상황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훈련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퓨처스 리그에서는 LG-kt전(익산), 두산-SSG전(강화), 한화-고양(고양) 경기가 미세먼지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최근 5연패로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내심 경기가 취소되길 바라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미소를 지으며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홍 감독의 인터뷰가 끝나고 경기 시작을 1시간 10분 앞둔 오후 5시 20분에 경기 취소를 발표했다.
이날 선발 투수로는 장재영이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13일 경기에서 반드시 5연패의 사슬을 끊겠다는 각오로 토종 에이스 안우진을 선발 투수로 내기로 했다. 안우진은 7일 창원 NC전 등판 이후 5일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안우진은 7일 NC전에서 삼진을 무려 12개 잡아내는 등 호투를 펼쳤지만 홈런 한 방에 무릎을 꿇었다. 6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지만 7회말 박세혁에 솔로 홈런을 얻어 맞았다. 여기에 타선도 무득점으로 힘을 보태지 못해 패배를 떠안고 말았다.
지난 6일 고척 LG전에서도 패했던 키움은 이후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11일 두산과 경기에서는 3 대 6으로 뒤진 9회초 김혜성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가 득점의 기회가 있었지만 불운이 덮쳤다. 후속 타자로 나선 이형종이 2사 1루에서 통쾌한 2루타를 날렸는데 타구가 펜스에 걸린 바람에 볼데드가 선언됐다. 1루 주자 김혜성이 충분히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기회였지만 3루에 멈춰야 했고, 키움은 득점 없이 2, 3루 기회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최고 타자 이정후가 타석에 올랐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 홍건희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뜬공으로 물러나며 4 대 6 패배를 당했다.
앞서 이형종의 2루타 때 볼데드가 선언된 것이 아쉬웠다. 이에 홈 감독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흐름이 안 좋을 때는 불운도 겹친다"면서 "연승할 때는 빗맞은 안타나 볼넷 등이 잘 나오는데 연패할 때는 안 좋은 게 여러 개 겹친다"고 말했다.
키움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두산과 경기에서 5연패 탈출을 노린다. 뜻밖의 휴식 이후 안우진이 선발로 나서는 만큼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