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된 재력가 부부가 구속된 채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오전 8시쯤 유상원(51), 황은희(49) 부부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검은색 점퍼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유상원은 취재진의 '이경우가 범행을 먼저 제안했나'는 질문에 "억울합니다"고 답했다.
반면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 '피해자 코인을 나눠가지려고 했나'는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재차 "억울합니다"란 말을 남기고 호송차에 올랐다.
유상원의 뒤를 이어 어두운 남색 점퍼를 입은 채 나온 황은희는 눈을 질끈 감은 모습이었다. 황은희는 '이경우에게 7천만 원을 왜 보냈나', '이경우가 범행을 먼저 제안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유상원·황은희는 지난달 29일 벌어진 강남 납치·살해 사건 범행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상원·황은희는 이경우로부터 범행을 제안 받고, 이에 동의해 범행 착수금 2천만 원을 포함한 7천만 원을 이경우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이들이 범행 이후에도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이경우 등의 도주계획 등을 의논하는 등 범행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최초 이들에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범행 가담 경위 역할 등을 고려해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강도살인 혐의로 죄명을 변경했다.
애초 이들이 범행의 '윗선'으로서 범행을 사주했을 것으로 짐작됐지만, 이경우가 범행을 자신이 먼저 제안했고 유상원·황은희가 여기에 동조해 범행을 도왔다고 진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 등 3인조에게 마취제를 제공한 이경우의 아내 A씨도 이날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경찰은 A씨가 이경우 등이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마취제를 훔쳐 전달한 점을 고려해 강도살인 방조·절도죄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이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가 숨진 원인이 '마취제 중독'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12일 경찰에 부검 결과를 알린 바 있다.
또 경찰은 피의자들이 범행 모의 단계에서 피해자의 남편에 대해서도 살해를 음모·예비한 점을 확인해 유상원·황은희·이경우·황대한·연지호 등 5명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