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 4로 앞선 9회초 2사 2, 3루에서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키움)가 타석에 올랐다. 안타 하나로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두산 마무리 홍건희는 김혜성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는 등 안타 3개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끝까지 홍건희를 믿고 정면 승부를 걸었고, 이는 적중했다.
이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홈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딜레마인데"라며 운을 뗀 뒤 "역전 주자라서 (자동 고의4구)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대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정후는 이날 앞선 네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KBO 리그 최우수 선수(MVP)인 만큼 승부처에서 한 방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터. 이 감독은 "이정후가 4타수 무안타였지만 '마지막에는 해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일단 끝까지 믿어봤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라고 믿기 힘든 과감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인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전날 결승타로 팀의 승리를 이끈 최고 포수 양의지는 이날 지명 타자로 나선다. 포수 마스크는 장승현이 쓴다. 이 감독은 "양의지는 아직 대퇴부 앞 부분에 불편함을 느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는 지난 6일 데뷔 첫 승을 올린 김동주다. 이 감독은 김동주에 대해 "오늘 잘 던지면 앞으로 동기 부여가 생기고 야구를 하는 데 즐거움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동주는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약점인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감독은 "캠프 때는 40개를 넘게 던지면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첫 등판 때 잘 던져줬다"면서 "5일 쉬고 나와서 준비를 잘했을 거라 믿는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산은 다음 날(13일)까지 키움과 3연전을 마친 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잠실 라이벌' LG와 3연전에 나선다. 두산 감독으로서 첫 잠실 더비를 앞둔 이 감독은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일단 오늘과 내일 경기를 잘 치르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주변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지만 일단 한 바퀴는 돌아봐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