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위기서 만난 이정후, 정면 승부 택한 이승엽 감독 "끝까지 믿었다"

투구하는 홍건희. 연합뉴스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키움과 경기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이승엽 감독은 동점을 허용할 위기에서 정면 승부를 택했다.

6 대 4로 앞선 9회초 2사 2, 3루에서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키움)가 타석에 올랐다. 안타 하나로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상황.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두산 마무리 홍건희는 김혜성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는 등 안타 3개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끝까지 홍건희를 믿고 정면 승부를 걸었고, 이는 적중했다.

이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홈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딜레마인데"라며 운을 뗀 뒤 "역전 주자라서 (자동 고의4구)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대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정후는 이날 앞선 네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KBO 리그 최우수 선수(MVP)인 만큼 승부처에서 한 방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터. 이 감독은 "이정후가 4타수 무안타였지만 '마지막에는 해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일단 끝까지 믿어봤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라고 믿기 힘든 과감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인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전날 결승타로 팀의 승리를 이끈 최고 포수 양의지는 이날 지명 타자로 나선다. 포수 마스크는 장승현이 쓴다. 이 감독은 "양의지는 아직 대퇴부 앞 부분에 불편함을 느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는 지난 6일 데뷔 첫 승을 올린 김동주다. 이 감독은 김동주에 대해 "오늘 잘 던지면 앞으로 동기 부여가 생기고 야구를 하는 데 즐거움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동주는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약점인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감독은 "캠프 때는 40개를 넘게 던지면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첫 등판 때 잘 던져줬다"면서 "5일 쉬고 나와서 준비를 잘했을 거라 믿는다.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산은 다음 날(13일)까지 키움과 3연전을 마친 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잠실 라이벌' LG와 3연전에 나선다. 두산 감독으로서 첫 잠실 더비를 앞둔 이 감독은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일단 오늘과 내일 경기를 잘 치르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주변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지만 일단 한 바퀴는 돌아봐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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