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빠니보틀의 '화물의 움직이는 성', 해양인들에 '따뜻한 위로'

유뷰브 채널 빠니보틀 캡처

거대한 컨테이너가 마치 레고블록처럼 차곡차곡 반듯하게 쌓인다. 분주하게 화물을 옮기는 중장비의 굉음 속에서 차분하지만 선명한 긴장감이 전달된다. 수출전진기지 부산항에서 출항하는 화물선은 어떤 모습일까?

인기 유튜버인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Pani Bottle)이 일본행 교통수단으로 화물선을 택했다. 그가 1천TEU급에 달하는 거대한 화물선 곳곳을 돌며 일본으로 향하는 2박 3일을 담은 영상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화물선 내부와 운용체계를 쉽게 보여주고, 수개월간 바다를 육지처럼 생활하는 선원들의 소소한 행복과 일상을 잔잔한 감성으로 전달한다.

네티즌들은 화물선에 함께 탑승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며, 선원들을 댓글로 응원한다. 선박 종사자들은 그 위로에 감사함을 표하며 위로받는 따뜻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화물선 곳곳 둘러보며 일본으로 향하는 2박 3일 담아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에 업로드된 '부산에서 화물선 타고 일본가기' 영상은 닷새 만에 조화수 144만명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은 빠니보틀이 남성해운 1천TEU급 컨테이너선 'MV Star Voyager'을 타고 부산항을 출항해 일본 시미즈항까지 600마일을 항해하는 48시간 여정을 담고 있다.

빠니보틀은 앞선 여행 영상에서 여행 이동수단으로 화물선을 꼭 타보고 싶다고 밝혔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적극 나서면서 '특별한 화물선 여행'이 성사됐다.

빠니보틀은 3등 항해사와 함께 시속 30km로 묵직하게 이동하는 선박 내부의 조타실, 엔진룸, 선원숙소, 주방 등을 둘러본다.

선박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케 한다. '화물의 움직이는 성'이다.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 캡처

선상에 자리잡은 거대한 닻과 사람 팔뚝만한 밧줄, 화물선의 묵직함이 화면을 넘어 전달된다.

"화물선에서 혹시나 바다에 빠지면 바로 구할 수 있나요?" 빠니보틀은 농반 진반으로 질문한다.  

"이따 보시겠지만, 바다에서는 어선도 콩알만 하게 보이거든요. 희박할 것 같습니다" 3등 항해사의 덤덤히 던지는 대답은 끝을 가늠하기 힘든 광활한 바다, 동시에 압도하는 바다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이들은 식사로 신선한 회, 두꺼운 스테이크를 먹고, 필리핀 국적 외국인 선원들과 어울려 다과도 즐긴다.

때마침 한 선원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빠니보틀과 선원들은 한데 어우러져 생일축하 노래를 각자의 템포로 부르며 축복한다. 화물선에서 맞이하는 두번의 밤이 잊지못할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현직 해양·항만 종사자들, 따뜻한 관심에 감사 댓글 줄이어

영상은 업로드 닷새 만에 조회수 144만회, 좋아요 3만 5천개를 얻으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기록했다.

댓글도 3800여 개가 달렸다. 네티즌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화물선의 내부와 종사자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고 박수를 보냈다.

특히, 댓글 중 3분의 1가량은 현직 해운·항만 종사자들이 네티즌들의 관심과 응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진솔한 감상평을 적어 영상의 여운을 더한다.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 화면 캡처

수개월간 가족, 친구와 떨어져 배에서 지내는 삶. 그리운 육지 생활과 맞바꾼 사무치게 외로운 바다에서의 시간에 위로로 다가온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항해사, 기관사 선후배님 모두 건강히 안항(安航)하십시오" "현직 일항사입니다. 시민들에게 화물선에서의 삶을 잘 알려주고, 영상까지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등장하는 선사에 근무했습니다. 불철주야 국제경제 이바지하는 대한민국 해기사들 힘내세요" "해양대를 졸업하고 첫 승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리 영상을 통해 화물선 내부를 둘러봐서 좋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현직 2등 기관사이고, 지금은 휴가 중입니다. 실제 기관실 내부는 소음으로 시끄러워서 귀마개를 끼고 일합니다. 엔진 컨트롤 룸에 에어컨을 켜놓는 이유는 내부 기계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배에 승선해 현재 지나는 곳을 알리며 서로 힘을 북돋아 주는 댓글도 있었다.

"지금 배에 탑승 중인 실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출발해 파나마를 지나 지금은 태평양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가스선 실습 중인 실항사입니다. 한국에서 출항해 미국으로 가는 중입니다. 해기사님 모두 화이팅"

가족, 친지, 지인들이 선박업계에 종사해 영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글도 꼬리를 이었다.

"38년생인 할아버지가 일본과 (중국) 상하이를 많이 다니셨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배를 타셨는데, 영상을 보니 놀랍습니다" "방금 남편을 승선시키고 오는 길입니다. 해기사분들 모두 건승하십시오" "동생이 해운회사를 다녀서 영상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배타는 분들은 거칠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들 수줍어하셔서 재밌고, 흥미로운 영상이었습니다" "친구가 1등 항해사입니다. 밥먹다가 들을 얘기를 실제로 보니 확 와닿습니다. 친구가 얼마나 힘들고 고생했을지 느껴집니다"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 댓글 캡처

예전에 선박 관련 일을 했다가 떠난 이들은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바꿔야 할 선박 문화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기도 했다. 해양 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의 현실이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의 목소리이다.

"예전에 해기사 생활을 했습니다. 젊은 해기사들은 병역특례를 마치면 8~90%가 떠납니다. 외국처럼 근무환경과 체계를 개선하거나 월급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숙련된) 해기사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졸업생들도 대체복무를 마치고 공기업, 공무원쪽으로 많이 빠지는게 뱃일입니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포기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업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10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가족도 못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가슴으로만 불러여 합니다. 그만큼 고생도 많이 합니다. 20대에 아름다운 청춘을 배 위에서 보내는 항해사들의 승선 처우 개선을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물동량의 99%를 상선, 해기사들이 운송합니다.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만큼 외화 획득에 큰 힘을 보탠 것이 해기사입니다.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나아지길 바랍니다"

빠니보틀도 "2박 3일간 짧은 항해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계신 선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며 "영상을 보신 해운산업 종사자분들의 댓글 응원을 통해 많은 감동과 힘을 얻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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