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단독]"차 주인에겐 쉿!"…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②[단독]경찰버스도 단 '가짜 매연필터'…2010년부터 전국 활개 ③CBS, '가짜 DPF필터' 의혹 보도… 환경당국, 긴급 '합동점검' 돌입 ④[단독]'가짜 의혹' DPF 제작사들…경찰, 보조금 '수백억 횡령' 혐의도 수사 중 ⑤[단독]단속 '제로'…'가짜 DPF' 제조사에 단속 맡긴 환경부 ⑥'가짜 DPF' 제작·보급 의혹 경찰 수사…환경부로 확대 ⑦"내용 안보고 결과만" 환경부 성과주의 가짜 필터 부추겼다 ⑧환경부, DPF 제도개선 추진…가짜 필터도 전면 실태조사 ⑨[단독]경찰, '자동차환경협회' 압수수색…가짜DPF 의혹 관련 (계속) |
가짜 DPF(매연저감장치) 필터를 만들어 시중 차량 수만대에 장착한 의혹을 받는 DPF제조사의 경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A업체 필터 청소 협력업체 2곳도 압수수색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6일 DPF제조사 A업체의 필터청소 협력업체 2곳과 한국자동차환경협회 등 3곳에 수사관을 보내 PC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경찰이 국내 DPF제조사들을 관리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도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수사가 단순히 DPF 제조사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문제까지 파고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월23일 경찰은 A업체의 본사 사무실과 공장, 또 다른 필터 청소 협력업체 1곳을 압수수색해 이 업체가 제조한 가짜 필터와 관련 전산 자료, 차량 장착 기록 등을 확보한 바 있다.
A업체가 받는 혐의는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이다.
A업체는 필터 청소를 요청한 DPF 장착 차량에 가짜필터를 교환하는 수법으로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을 저해하고, 정부에는 정품 필터를 장착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미인증 필터 만들어 차량에 장착…차주에게는 '쉿'
A업체는 DPF 필터에 일부러 구멍을 뚫어 매연저감 기능을 없앤 필터를 '재생필터', 재생필터를 대체해 제작한 가짜 필터를 'N필터', 정품은 '정상필터'라고 지칭했다. A업체가 하청업체에 메신저 등을 통해 배포한 공지사항을 보면 "절대 차주에게 재생필터, N필터, 정상필터 등 필터 종류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DPF(Diesel Particulate Filter·디젤 미립자 필터)는 배출가스 5등급인 경유차에 장착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장치다. 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모아 500도가 넘는 고온에서 태워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2005년부터 새 경유차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DPF를 장착한 뒤에는 1년에 1번가량 DPF 필터 청소를 받아야 한다. A업체는 3~4시간가량 소요되는 필터 청소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필터를 떼어낸 뒤 새 필터 또는 필터 청소를 마친 다른 필터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필터 청소를 했다. 이 과정에서 A업체는 미인증 필터를 장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DPF 장착 이후 3년간은 정부가, 이후에는 지자체가 필터 청소 비용을 대납한다. A업체는 이 점을 악용해 가짜 필터를 장착하는 방식을 통한 필터 청소로 부당하게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아 챙긴 의혹도 받는다.
이에 대해 A업체 측은 미인증 필터를 장착한 건 맞지만 미인증 필터의 성능은 정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올해 7월까지 DPF 장착비 지원 중단…제도 개선 추진
환경부는 의혹이 불거지자 올해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에 DPF 장착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오는 7워까지 일시중단하고, 국내 DPF 제작사를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있다. 환경부는 조사과정에서 불량부품 사용 등 위법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해당 업체에 대한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보조금을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한 건 맞다"면서도 "어떤 내용으로 압수수색했는지,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등은 수사 중인 사항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