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형과 함께 있을 때 너는 큰 이정현을 이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네가 성공하고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이제 작은 이정현이 변준형을 이겨야 할 때입니다"
김승기 감독이 기적을 썼다. 약체라는 평가, 구단의 심각한 재정난을 모두 극복하고 고양 캐롯을 4강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그의 선봉장은 KBL의 차세대 슈퍼스타 이정현이다.
김승기 감독은 10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77-71로 꺾은 후 "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기려고 죽기 살기로 애를 쓰더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4강까지 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성장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서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캐롯의 대이변 연출, 그 중심에는 프로 2년차 가드 이정현이 있었다. 이정현은 시리즈 평균 24.0득점을 기록하며 디드릭 로슨과 함께 팀을 이끌었다. 간판 슈터 전성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이정현이 이끄는 강력한 공격농구에 정규리그 순위가 앞서는 현대모비스는 무너졌다.
이제 돌풍의 캐롯은 정규리그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를 만난다. KGC인삼공사는 김승기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팀으로 그와 함께 두 차례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김승기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크게 성장한 이정현이 내친 김에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다음 상대는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친 리그 베스트5 가드 변준형이다.
김승기 감독은 "지금은 변준형이 더 낫지만 이정현이 이겨야 한다"며 "변준형과 함께 있을 때 너는 전주 KCC의 이정현(현 서울 삼성)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네가 성공하고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맞붙었을 때 엄청 잘했다. 이정현만큼은 꽉 잡았다. 이제는 작은 이정현이 변준형을 이겨야 한다. 더 성장해서 김선형과 변준형을 이겨야 KBL 농구가 더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KGC인삼공사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 때부터 캐롯은 늘 열세라고 여겨졌다.
김승기 감독도 전력의 열세를 인정한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김승기 감독은 "열심히 하겠다. 그냥 죽지는 않겠다. 난 절대 그냥 죽지 않는다. 우리 팀이 어렵다, 상대하기 힘들었다, 내년에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꼭 하게 만들어주겠다.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팬들이 좋아하는 명승부를 해보고 싶다. 열정적인 팬들이 있어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