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둔화에 새로운 변수 없어…한은 2연속 '금리동결' 무게

한은의 제1정책목표 물가, 3월 4.2%로 상승폭 둔화
금융권 상당수는 2월에 이어 '금리동결' 전망
근원물가 오름세 여전,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 일각 '금리인하' 기대는 시기상조

발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 여파 등 물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도 느슨해진 만큼, '안개 속에서' 물가와 경기, 환율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 분석을 종합하면 한은은 11일 금통위에서 현 수준의 기준금리(3.5%)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2월 7연속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바 있다. 당시 한은 이창용 총재는 "안개(변수)가 가득해 어느 방향(금리결정)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금리동결)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때 한은은 금융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 낮아질 것으로 봤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2월에 4% 대를 찍기 시작해 이날 통계청 발표에서 4.2%까지 떨어졌다. 기대보다 물가 오름세가 둔화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통화정책의 주요 이슈인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잡힌 상황에서,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과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 등도 한은의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다. 앞서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의 요인으로 지목했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 내외에서 등락하는 등 안정적 흐름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16명 중 15명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는 미국 기준금리 관련 뉴스. 연합뉴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SVB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연준의 재가속화 옵션은 제거돼 한은 입장에서도 추가 인상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전세가격 하락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고, 2분기 물가상승률 안정화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여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위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를 가리켜 "국내 통화 정책 운용에 있어 물가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 세계적 흐름처럼 우리 역시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근원물가가 29월째 오름세라는 점이 문제다. 이날 금리동결이 한은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한은 역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물가 상승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상상인증권 신얼 애널리스트는 "국내 3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3.9%)과 헤드라인 CPI(4.2%)가 둔화되는 모습에서 물가 상승세의 진정 흐름은 확인 했지만 개인 서비스 물가는 5.8%라는 높은 결과를 유지했다"며 "이로 인해 제약적 통화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기조)의 유지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금리동결에도 불구 이번 달까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중앙은행의 1순위 정책목표라는 것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되 이창용 총재의 발언 등을 통해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연내 금리 인하의 기대를 차단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경기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것은 물가 오름폭의 축소세가 이어지고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도가 탄탄해지는 2분기 후반이나 3분기는 돼야할 것이란 분석이다. 2개월 연속 적자에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까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로 점치면서 예상보다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까지는 연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3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4.2%를 기록하면서 지난 여름 고점 이후 둔화되고 있지만, 목표치인 2%까지 수렴하기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석유수출국 국제기국인 오펙(OPEC)에서 깜짝 감산을 발표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1.5%)도 2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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