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범죄를 기획한 중국 소재 조직 '윗선' 2명이 특정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강제 송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9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강남 학원가 일대 학생들을 노리고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전달한 범죄를 기획한 중국 소재 20대 한국인 남성 A씨와 30대 후반 B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제 공조를 통해 이들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는 등 강제 송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A씨와 B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유사 조직에서 활동하며 이번 범죄를 기획하고 국내에 있는 피의자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7일 강원 원주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C씨와, 학부모 협박에 사용된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 D씨가 붙잡혔다.
중국에 있는 A씨는 범행에 쓰인 마약 음료를 제조한 C씨와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A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에 쓰인 마약 음료 100병을 국내에서 직접 제조한 후, 사건 당일 원주에서 퀵서비스 및 고속버스를 이용해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 일당에게 전달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D씨는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학부모의 전화에 다른 번호가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휴대전화 번호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다. D씨는 중계기를 대규모로 운영·관리하면서 여러 보이스피싱 범죄에 중계기를 제공하던 중, 이번 범행에까지 가담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6시쯤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료'라며 신제품 시음 행사를 벌이고, 실제로는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일당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총 100병의 마약 음료를 준비한 뒤 2명씩 2개 조를 구성해 각각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다. 음료수를 마신 학생들은 어지럼증을 호소했는데, 조사 결과 해당 음료수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다만 먼저 붙잡혔던 4명의 피의자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그렇게만 알고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이들 일당은 학생들로부터 구매 의향을 확인하겠다며 부모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해당 음료수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도 벌였는데, 시음행사를 벌였던 4명과는 별개의 인물이 협박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제조된 음료수 100병 중 18병이 학원가에 뿌려졌고, 경찰은 남은 음료 중 36병을 압수했다. 경찰은 나머지 음료들은 앞서 붙잡힌 피의자들이 폐기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추가로 음료수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학생 7명과 학부모 1명 등 총 8명이다. 하지만 18병이 배포된 만큼, 경찰은 추가 피해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오는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C씨와 D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