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인'으로 번진 코인 갈등…시세조작 처벌, 쉽지 않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달 발생한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를 둘러싼 갈등이 거론되면서 코인 시세조작의 처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강도 살인·사체 유기 혐의를 받는 주범 이경우를 비롯해 황대한, 연지호를 구속 상태로 서울중앙지검에 9일 송치했다. 아울러 이날 범행 사전 단계에서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범행 전 중도 이탈한 20대 남성 이모씨 또한 강도예비 혐의로 송치됐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 코인 투자 갈등이 청부살인으로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씨 부부가 'P코인' 투자 실패 책임을 놓고 피해자 A씨와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등 원한을 품은 끝에 이경우를 시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 투자를 둘러싼 갈등이 청부살인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이들이 투자한 P코인은 2020년 11월 13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됐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공기정화 및 실내공기질 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상장명세서에 소개했다.

P코인은 상장 이후 2천원 초반대에서 시작해 2020년 12월에 1만354원까지 급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폭락을 거듭해 지금은 3원을 밑돌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납치·살인이라는 강력 범죄 성격 외에도 코인을 통한 시세조작 행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자 피해자들이 시세조작을 의심하고 갈등을 빚은 만큼 주가 시세조종처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코인 시세조작을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유씨 부부는 2020년 11월 A씨를 통해 P코인에 약 1억원을 투자하고 홍보·마케팅 업무를 함께 맡았는데 이듬해 초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해를 보자 A씨에게 원한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경우와 A씨 등 다른 투자자들은 유씨 부부가 시세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유씨 부부가 투숙한 호텔에 침입해 코인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와 함께 공갈에 가담했던 이경우는 이후 유씨 부부를 찾아가 사과하고 A씨에게서 등을 돌렸다.

코인 '시세조작', 자본시장법 적용…법조계 "다툼 여지"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코인 시세조작을 자본시장법상 주가 시세조종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법상 시세조종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취지다. 또한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루나를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가 타인과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로 수익을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번번이 이를 기각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6일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에 대해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인지 여부 등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게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신 총괄대표에 대해서도 "주요 혐의인 자본시장법의 위반 여부, 그 위반 범위, 전체적인 공범들의 공모 및 기능적 행위 지배 여부, 가담범위·역할 등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인 이정엽 법무법인LKB 대표변호사는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투자계약증권은 일반적인 주식이나 채권과 다르고 유통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며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규제도 다른 주식이나 채권과 관련한 규제를 똑같이 두지 않고 있으며 투자계약증권은 유통시장에서 많은 이동을 예측하는 그런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계약증권이 증권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계약마다 다르기 때문에 계약의 실질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그 실질을 판단하기 전까지는 (증권의 성질을 인정할 수 있을지) 쉽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지난 2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금융위원회 제공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자본시장법상 토큰 증권의 증권성 판단 원칙과 발행 및 유통 규율 방안을 제시했다. 증권성이 인정되는 암호화폐의 경우 '토큰 증권'으로 규정하고 발행·유통을 허용해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규제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 취지에 대해 "디지털자산 발행인‧중개업자 등이 스스로 위법 가능성을 줄이고 이를 통해 증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개별적으로 검토할 사항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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