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의 맞수'' 클린턴 vs 부시, "우리는 형제"

퇴임 후 첫 공개 토론회 동시참석...''상대방 띄워주기''로 일관

빌 클린턴과 부시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으로 미국의 대통령직을 연임하며 똑같이 8년간 재임했던 정치계의 맞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가 29일(현지시간) 퇴임 후 처음으로 공개토론회에 함께 등장했다.

유명인사 초청 전문기획사인 ''타이니 퍼블릭(TinePublic)''社 주최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6천여개의 예약석이 모두 판매되는등 시작 전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두 명의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에메랄드석은 2천5백달러, VIP석은 625달러, 일반석은 250달러에 판매됐고, 특히 두 사람의 ''뜨거운 공방전''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프랭크 맥케나 前 주미 캐나다대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2시간 동안의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띄워주기에 바빠 일부 청중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부시 전 대통령이 먼저 "클린턴과는 형제관계"라며 "형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부드러운 농담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됐다.

부시는 "아버지와 클린턴이 자선행사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면서 "어머니(바버라 여사)가 클린턴을 마치 아들과 같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은 아시아 쓰나미 때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당시 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등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부시는 이어 "전임 행정부 관리들이 후임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는데, 클린턴은 존경스러웠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치켜세웠다.

부시는 또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는 체니 전 부통령과는 달리 이날도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았는데, 체니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미국에는 많은 비판가들이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일상과 관련해 "요즘은 아내(로라 여사)가 시키는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면서 "애완견 바니를 산책시키면서 비닐봉지를 들고 개똥을 치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던 1994년 르완다 학살사건과 관련해 "그 문제는 두 세가지 커다란 후회 가운데 하나"라면서 "학살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2만명을 파견했다면 최대 80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학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지만, 부시는 "2만명의 군대를 이른 시일안에 파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클린턴을 적극 옹호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수단 다르푸르의 학살극을 막지 못한 부시를 감쌌고, 부시의 AIDS 정책과 인종적 다양성에 따른 내각 인선도 높이 평가했다.

다만 클린턴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대량살상무기를 조사한 유엔 사찰단에 좀 더 시간을 부여했어야 했고, 부시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요즘 자신의 새로운 과제는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말조심''을 하는 것이라고 밝혀 역시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15만달러 상당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행사장 밖에서는 수 백명의 시위대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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