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반도체 가격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업황 회복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재고가 상당한 수준으로 남아있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등 불확실성도 여전해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연 감산' 또는 '기술적 감산'으로 불리는 생산 라인 최적화와 차세대 제품 공정 전환 등으로 반도체 한파 위기를 넘기려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하면서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했다. 메모리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한 것이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감소로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분기 4달러에 근접했던 D램(DDR4 8Gb) 가격은 최근 1.7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생산이 줄면 이 가격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하나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매크로(거시경제) 상황과 고객 구매 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가 감소했고, 다수 고객사가 재무 건전화를 목적으로 재고 조정을 지속하고 있다"고 1분기 실적 악화 원인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같은 요인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 산업의 경우 경기 침체 우려와 전자상거래의 둔화, 유럽의 ESG(환경‧사회‧재무구조) 정책 강화로 메모리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PC 역시 포화 상태로 접어들어 예전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재고 역시 상당하다.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사업부의 재고는 29조 576억 원으로 전년보다 76.6%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D램 재고가 10주 후반에서 최대 21주로 적정 수준(4주)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재고 소진과 수요 회복이 동시에 살아나지 않으면, 가격 상승만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사이클 반전이 어렵다는 해석이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수요 업체와 공급 업체들 내에 쌓여 있는 D램 재고 소진이 선행돼야 하고, 감산을 진행했던 공장들의 재가동을 수요가 소화하는 절대적인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도 "상반기 고객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낮지 않고 서버 수요 강도도 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고 감소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반짝 회복하더라도 고객사의 재고가 다시 확대하는 내년 상반기 한 번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경고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우리 업계에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