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치솟고 PF 경고음…금융당국 '총력전'

한은도 "제2금융권 부동산PF 부실 위험 심각"
개인 및 기업의 대출 연체율도 증가세
금융당국 대응 나서 '약한 고리' 제2금융권 부실 방지 총력

아파트. 박종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 급증 등 비상이 걸리자 금융당국이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돈을 갚지 못하는 개인과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부동산PF 리스크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우려"…제2금융권 부동산PF 부실 위험, 심각한 수준

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 건설사와 제2금융권의 부동산PF 부실화 위험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권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되면 사업이 중단되는 PF사업장이 늘면서 관련 건설사와 금융사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은 최근 부동산PF 부실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건설사와 금융사 등이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PF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696조 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5.9% 수준이다. 즉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이 경제 규모를 뛰어넘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PF 형태로 부동산에 들어온 자금의 위험노출액은 163조 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비은행권 부동산PF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카드·캐피털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금융사의 부동산PF 위험노출액은 115조 5천억원으로 전체의 70%였다.

이에 더해 비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8.2%로 큰 폭으로 올랐다. 여신전문금융사는 같은 기간 0.5%에서 1.1%로, 저축은행은 1.2%에서 2.4%로, 보험사는 0.1%에서 0.4%로 각각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현지시간으로 4일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 불안을 경고했다. IMF는 "한국의 경우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한국 PF 대출 연체율이 정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리 상승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자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은행 자동화기기(ATM)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한달 전보다 0.01% 포인트 오른 수치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 잔액으로 나눠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생겼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1~7월 사이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4%로 변동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0.05%로 오른 뒤 같은 해 12월 0.07%까지 상승했다. 상승추세는 2023년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모두 오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상승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등 환경에서 PF 매출액이 줄고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대응 나서…'약한 고리' 제2금융권 부실 방지 총력전


금융권의 연체율에 경고음이 커지고 부동산PF 대출 부실 위험성도 높아지면서, 금융당국도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하는 동시에 대처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연체율이 늘어나며 '약한 고리'로 지목받고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집중 제기되면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

지난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국 부동산PF 사업장 5천곳 가운데 300~500곳을 중요 관리 대상 사업장으로 지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사업장에 부실 우려가 크다거나 부실이 실제로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해당 사업장의 경우 세밀한 관리를 통해 시스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적절한 형태의 (부동산)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쏠림이 있거나 급격히 불안감을 야기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전성을 점검하고 혹시 모를 위험 가능성을 대비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들어 금융당국은 연달아 부동산PF 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3월 초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과 함께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과거 위기와 비교할 때 아직은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지만, 업종·지역 등 국지적으로 리스크와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또 부동산 시장 내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은 경제·금융 등 여러 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고,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 리스크가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파급되지 않도록 건설사 등에 대해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28조 4천억원으로 확대하고, 부동산신탁사의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점검하고, 이상징후에 대한 신속보고체계를 구축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도 저축은행중앙회 및 저축은행업계와 논의해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정상사업장에 대해 부실화 이전에 신속한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부동산PF 부실과 관련, 아직 미분양이나 연체율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한은 등 곳곳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부동산 관련 데이터에 시장의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큰 틀에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PF 사업장의 부실이 제2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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