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의 '생활고 주장'은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새론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녀가장으로 가족들을 부양해왔으나 이 사건 이후 피해배상금을 지불하고,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후 김새론은 오랜만에 SNS를 업데이트했다.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베이킹을 하거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유니폼을 입은 채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올린 것.
법정의 '생활고 호소'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이 맞물리면서 파장이 일었다. 진정한 반성이 아니라 판결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보여주기식 사진을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해당 프랜차이즈 카페 측은 "김새론의 친구가 매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김새론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김새론이 이번 재판에 대형로펌 변호사를 기용한 것은 물론, 과거 예능 출연 당시 브랜드 아파트, 수입 차량 등을 공개한 바 있어 '생활고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자 김새론 측 법률대리인은 법률신문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해명했다. 그동안 김새론이 가족 생계를 부양해왔으며 광고 등 위약금에 채무가 발생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수임료도 보통보다 낮은 수준이고, 김새론이 보유한 차량도 사건 이후 모두 처분했으며 아파트는 소속사 명의 숙소라 이미 나왔다는 설명도 더했다.
지난 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도 김새론의 입장은 여전했다. 그는 '생활고 주장'에 대해 "내가 호소한 게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위약금이 센 것도 사실이다. 피해 보상은 다 마쳤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며 법률대리인 측에 책임을 넘기면서도 '아르바이트'와 '거액 위약금'은 사실임을 강조했다.
"내가 생활고를 호소하지 않았다"는 김새론의 주장은 다소 납득이 어렵다. 변호 방향성은 의뢰인 김새론과 논의 없이 법률대리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진정한 피해 보상 및 반성과 별개로 경감 사유가 있다면 피고인과 그 법률대리인에게는 재판에서 필사적으로 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서상 거부감은 들지만 '생활고 호소' 이후 김새론의 SNS 게시 등은 이런 통상적 맥락 속에 나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김새론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았고 운전 거리도 짧지 않아 엄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 대부분을 회복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김새론은 취재진에게 "음주운전한 사실 자체는 잘못이니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을 둘러싼 여러 사생활 폭로에 대해선 "사실이 아닌 것들도 기사가 많이 나와서 뭐라고 해명을 못 하겠다. 뭐라고 말하기 무섭다"고 했다.
'생활고 호소' 이전에도 유독 김새론은 자숙 기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되거나 논란을 불렀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사건·사고 이후에 자숙하지만 김새론처럼 사생활 폭로가 과열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SNS에 올린 그림 사진 위에 전자 담배가 올려져 있었다고 빈축을 사는 식이다. 음주운전 반성 및 피해 보상과 성인인 김새론의 흡연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자숙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를 통해 김새론이 보낸 생일 파티 초대장에 '술'이 준비물로 적혀 있었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술 파티 의혹도 불거졌다. 물론 김새론은 음주운전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었으나 '생일 파티'는 엄연히 사생활 영역이다. 김새론이 이로 인해 또 다시 음주운전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공의 비난이 나올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생활고 호소'가 이 같은 흐름에 더 기름을 부었다. 최근 매체들이 집중 보도한 김새론의 홀덤바 방문이 그렇다. 홀덤바는 텍사스 홀덤 등 카드게임을 하는 주점이다. 도박이 되기 때문에 현금 거래는 없지만 최근에는 칩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등 불법 홀덤바·홀덤펍도 늘고 있다.
김새론의 홀덤바 출입 소식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급기야 홀덤바에서 김새론을 도촬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 제보가 그대로 기사화됐다. 이전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 호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김새론이 게임할 당시의 자세한 상황 설명이 담겼다.
김새론이 출입한 홀덤바가 불법적이었다면 충분히 공익 차원에서 다뤄야겠지만 정상적인 주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많은 기사들이 그랬듯이 '비난을 위한 비난'을 부추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다루지 않아도 무방한 사생활 보도로 대중에 손가락질 받을 '판'을 깔아주는 셈이다.
잇따른 김새론의 보도를 접한 대중 역시 우려가 상당하다. 김새론이 음주운전이라는 잘못을 저질렀고, 생활고 주장 역시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과 얽힌 모든 사생활을 추적, 폭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새론은 벌금 2천만 원 외에도 사회적 죗값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작품, 광고 등 계약이 불가능해지면서 연예인으로 영위해왔던 삶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의 자숙'이란 대중 앞에 나서는 그런 일체의 '공적 활동'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그간 언론의 집중 보도로 드러난 김새론의 사생활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그가 실형을 받아 교도소에 구금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의식주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런데 현재 보도 양상이라면 김새론은 '자숙 중'이고 '생활고'에 시달리기에 어떤 사적 영역도 누릴 수 없는 삶이 요구된다. 음주운전 잘못과 생활고 주장의 괘씸죄가 아무리 커도 사생활 및 인격 침해는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당 연예인이 잘못한 범위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생활 침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재미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여론과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비판의 타깃으로 삼아 기사를 많이 생산한다. 더 비난하면 '클릭'이 유도된다. 괘씸죄로 그 선을 넘어서는 것은 결국 음주운전이란 본질적 문제까지 흐릴 위험이 있다. 또 연예인 본인에게는 큰 심리적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