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영화 '길복순' 초반 살인청부 임무를 담은 봉투에 '순천-전라'라고 쓰인 부분이 이른바 '일베' 화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한국'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등 '도시 이름-국가명'이 적힌 봉투와 달리 '순천-전라'만 '시-도'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베가 전라도에 거주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순천은 전라도, 서울은 한국'으로 표기하는데, 연출자인 변성현 감독이 '일베'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게 됐다.
이 같은 논란에 관해 변성현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굵직한 것만 컨펌하고 일일이 모든 걸 컨펌할 수 없다"며 "지금 연출부 친구가 나한테 너무 미안해해서 연락도 못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부에) 그런 거 탓 안 한다고 했다"며 "내가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태어나서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그쪽 성향과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 아예 예상 못 했다"며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해도 이건 안 될 문제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길복순'에서 논란이 된 건 '순천-전라'만이 아니다. 극 중 길복순의 딸 길재영은 10만원 지폐에 들어갈 만한 인물로 광개토대왕, 을지문덕, 김구, 안중근을 든 뒤 "다 사람을 죽였어"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를 가리켜 '살인자'와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변 감독은 "'킬러'가 소재여서 일부러 그 위인들을 선택했다"며 "그 상황은 재영이가 엄마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진 뒤 킬러인 복순의 표정을 보는 등 복순을 떠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걸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구나 싶었다"며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변 감독은 "만약 오해가 있다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나 혼자 준비한 영화가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함께 준비했다. 억울함도 있는데, 나에 대한 이상한 선입견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