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무단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현지 방문에 나선다. 윤석열 정부 대일 외교가 국민 건강 주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의 연장선으로, 대여(對與) 공세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그러나 막상 일본 유력 정치인이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운 도쿄전력 관계자와의 면담 일정이 성사되지 않아 '맹탕 시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후쿠시마서 전문가·현지인 면담…日의원 연계 활동은 불발
민주당 의원들은 6일부터 8일까지 1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아 현지 상황과 여론을 확인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자료 공개를 촉구할 방침이다. 방문단은 당내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을 중심으로 위성곤(단장), 양이원영, 윤영덕, 윤재갑, 이용빈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이들은 첫날 일본 시민사회 원전 안전 전문가들과 면담하고 도쿄전력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후 국내 언론사 일본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 현장으로 이동한다. 이튿날인 7일에는 후쿠시마 지방 의원과 현지 어민, 원전 노동자·피난민들을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다만, 후쿠시마 발전소 방문은 도쿄전력이 허가하지 않아 일정에서 빠졌다. 도쿄전력 본사 관계자와의 면담도 요청만 했을 뿐 아직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또 오는 9일과 23일로 예정된 일본 지방선거 일정 때문에 현지 정치인들과의 만남 또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방문단은 전날(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을 찾아 나미오카 다이스케 일본 경제공사와 50분가량 면담하고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응단은 일본 측에 오염수 방류 안전성 검증에 대한민국과 주변국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주변국의 명시적 동의 전까지 방류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회가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규탄하는 결의안을 6차례 발의했고, 본회의에서 4차례나 통과됐다는 사실도 전달했다"며 "한일 양국 국민 안전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대일 외교 비판 연장선…방문만 하고 '실효성 없다' 비판도
대응단은 일본 방문에 대해 "정부·여당이 하지 않으니 간다"는 행동 기치를 내걸고 있다. 현 정부의 대일 외교 비판과 함께 대안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방일을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법안' 거부권 행사와 '후쿠시마 오염수·수산물 공포'와 연계시킬 경우 대여 공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번 방일이 실효성이 없다며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제1야당의 방일 추진에도 도쿄전력이 면담을 거부하고 있고, 한일의원연맹과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성곤 의원은 5일 방일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유력 정치인을 만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야당 의원으로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국민적 우려를 직접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방일하겠다는데 주일한국대사관이 젼혀 협조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반박했다.
윤영덕 의원은 "외국과의 관계가 있는 문제니 공식적인 채널을 거치고 대표적인 통로를 통해서 일정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들이 원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도록 촉구하면서, 정부가 하지 않으니 현지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관계자들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후쿠시마 원전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정화했다는 의미에서 '처리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처리수에도 일부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어 해양 방류 시 장기적으로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