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단장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임될 때마다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네 번째 연임 얘기가 나왔을 때 지친 상태였지만 발레단에 애정이 많아서 다시 한 번 힘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이날 강 단장을 임기 3년의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재임명했다. K-발레의 세계화를 위한 새 도전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꼽은 것이다.
강 단장은 2014년 취임 이후 9년의 재임기간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관객 수를 11%, 객석점유율을 4.5% 끌어올리는 등 국민의 발레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 또한 단원 안무가 육성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발굴된 안무가가 창작·재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 '해적' 등은 K-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단장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다. 모든 구성원이 한 마음 한 뜻이 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평소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소통하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예술단체장 선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 1~2년 전에는 결정돼야 발레단의 최우선 과제인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국립무용센터 건립 등 발레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고도 했다.
국립발레단이 이날 발표한 세 가지 비전은 △국립발레단 자체 레퍼토리 확보 △현존 최고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 공연권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 △약자프렌들리 발레교육 '드리머스'(Dreamers) 프로젝트 등이다.
국립발레단 버전 레퍼토리 '해적'은 2023~2025년 유럽·북미 7개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5월에는 독일 '바스바덴 주립극장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한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가 배출한 단원 송정빈이 제작했다.
오는 8월에는 무용수에게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길 수 있다는 조건으로 유명한 현존 최고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방한한다. 작품의 공연권 확보를 위해 협의를 진행한다.
또한 꿈나무 교실, 찾아가는 발레이야기, 찾아가는 발레교실 등을 통해 단원들이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과 청소년을 직접 지도한다.
강 단장은 "어깨가 무겁다. 무거운 만큼 9년간 최선을 다했다. 이날 발표한 비전을 중심으로 국립발레단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국민과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