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리스 할리버튼(인디애나 페이서스),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제일런 그린(휴스턴 로켓츠), 제일런 석스(올랜도 매직),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스카티 반스(토론토 랩터스), 자이어 윌리엄스(멤피스 그리즐리스).
나열된 이름이 익숙한 독자라면 미국프로농구(NBA)를 즐겨보는 팬이 확실하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이다. 또 NBA의 미래로 떠오르는 유망주들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2019년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농구월드컵에서 미국 국가대표팀의 우승에 기여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대회 MVP는 NBA 데뷔 3년 만에 올스타로 선정된 할리버튼도, 2021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커닝햄도, 2022년 신인왕에 등극한 반스도 아니었다.
2019년 청소년 농구월드컵 최고의 별은 프로농구 창원 LG가 아셈 마레이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레지 페리(23)였다.
레지 페리는 대회 평균 13.1득점, 7.9리바운드, 1.9어시스트, 1.4스틸, 1.0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다방면에서 미국 19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레지 페리는 고교 졸업 후 미시시피 주립 대학으로 진학했다. 고교 시절 전국 30위 수준의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고 NCAA 무대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어 2020년 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57순위로 LA 클리퍼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NBA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통산 36경기에 출전해 4.7득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 머물며 NBA 콜업 기회를 노렸지만 불발됐다.
지금은 고교 시절의 명성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레지 페리는 한때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그리고 그의 다음 도전 무대는 KBL 코트다.
지난달 G리그 일정을 마친(그의 소속팀 모터시티 크루즈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레지 페리가 LG의 영입 제안을 수락하면서 다음주 펼쳐지는 KBL 4강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 외국인선수 교체는 LG가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마레이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6주 진단을 받았다. 외국인선수 교체가 불가피했다.
마레이는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평균 15.0득점, 12.5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8%를 기록하며 LG의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끈 주역이다.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공수의 중심이 되는 선수다.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이관희, 이재도, 정희재 등 주축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가치가 더욱 컸다.
이에 반해 G리그에서 레지 페리가 보여준 활약상은 공격에 특화됐다. 평균 20.7득점, 6.8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3점슛(28.2%)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자유투 성공률은 83.3%로 높았다.
레지 페리는 탄탄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골밑을 향해 밀고 들어가는 능력이 좋다. 골밑 마무리 능력도 괜찮다. 2대2 공격의 롤맨으로서 이재도, 이관희와 좋은 호흡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득점력은 좋은 편이다. 커리어도 대단하다.
다만 마레이를 중심으로 잘 짜여진 LG 수비에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마레이가 자랑했던 압도적인 리바운드 능력을 팀 전체가 보완해야 한다는 점, 기존 선수들과 호흡 그리고 KBL 경기에 적응할 틈도 없이 바로 4강이라는 큰 무대를 뛰어야 한다는 점 등 지켜봐야 할 변수들이 많다.
무엇보다 지난달 25일 G리그 최종전을 마친 이후 몸 상태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LG는 2위 싸움이 걸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시즌 최다 30득점을 퍼부은 단테 커닝햄에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 플레이오프 기간에 외국선수가 교체된 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레지 페리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만 LG는 우승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다. LG의 간판 스타 이관희가 지난주 플레이오프에서 던진 '걱정마레이~'라는 키워드를 레지 페리가 채워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