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전달보다 축소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10.56으로 지난해 3월 106.06 대비 4.2% 상승했다.
상승 폭이 전달 4.8%보다 0.6%p 작아졌다. 지난달 4.2%는 지난해 3월 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률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를 기록한 이후 2월 4.8%, 3월 4.2%로 두 달 연속 전달 대비 축소를 거듭했다. 지난달은 축소 폭도 전달 0.4%p보다 커졌다.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제품 가격 하락에 크게 힘입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3월보다 14.2% 떨어져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채소류 13.8%↑가공식품 9.1%↑개인서비스 5.8%↑…석유류 14.2%↓
그 덕에 작황 부진으로 채소류(13.8%)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4.7%나 올랐음에도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세가 제어될 수 있었다.
지난달 채소류는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상황에 시설채소 난방비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양파 가격이 60.1% 폭등했고, 풋고추(46.2%)와 오이(31.5%), 파(29.0%)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외식(7.4%) 등 개인서비스(5.8%)와 가공식품(9.1%) 가격도 지난달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지속했지만, 석유류 가격 대폭 하락에 그 영향이 일부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물가 동향에 대한 석유류 가격의 절대적 영향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를 살펴봐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8%로 전달과 동일했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는데 이는 2021년 1월(소비자물가 0.9%, 근원물가 1.2%)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근원물가 아직 높은 수준, 국제 에너지 가격 등 물가 불확실성 상존"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또, 지난해 상반기 물가가 크게 상승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보경 심의관은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국제 원자재 가격, 서비스 부문 둔화 여부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 에너지 가격 연동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최근 오펙플러스(OPEC+)의 전격적인 추가 감산 결정으로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향후 물가 흐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