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은 어쩌다 '코로나의 영웅'서 '트러블메이커'가 됐나

지난해 1월 대선후보 자격으로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대한간호협회 유튜브 화면 캡처

코로나의 영웅 간호사님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2022년 1월 11일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 대한간호협회를 찾았었다. 방호복을 직접 입어본 그는 간호협회의 숙원인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였다.

대선 후보의 공약 행보인 만큼 보도자료가 배포됐고 영상도 남았다. 두 달 뒤, 그는 대통령이 됐지만 그가 약속한 간호법은 대통령의 '약속'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은 의사협회와 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 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대선후보 공약 반대하는 여당 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통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간호법 반대 여론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간호법만 떼어내 만들면 나머지도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고, 이 일로 의료계(내부) 논의 자체가 깨져 있다"며 "의료 대란을 일으키고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 외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가 찬성한 정책 공약이 집권 후에 "정권 타격용"으로 변한 걸 두고 민주당측은 "당의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공약에 담기면 사실상 당론"이라며 "당론이었던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거센 반발도 여당의 '외면'에 일조를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말처럼, 간호법은 '트러블메이커'로 전락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법·의사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오후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긴급 소집해 용산 대통령실에 간호사법 저지 호소문을 전달했다.

국회 앞 천막에서 철야농성중인 박명하 위원장은 "10일간 우리의 모든 투쟁 역량과 협상력을 총동원해 악법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간호사법 통과를 막겠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간호법은 의료의 패러다임을 간호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13개 의료 단체가 모두 반대하는 만큼 의협도 같은 입장"이라며 반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이어 "만약 거대 야당이 억지스럽게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다른 직역과의 트러블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사회가 마치 만성 염증처럼 여기저기서 갈등이 생겨날 게 뻔하기 때문에 법안에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반면 간호협회측은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자 부모돌봄법"이라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노인을 간호, 간병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은 오는 13일 표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열흘의 시한을 앞두고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간호법 제정안 등 의료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있는 간호법 제정안과 관련,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보건의료단체와 대화·협의를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의협 면담 직후 대한간호협회장과의 면담도 진행하려 했지만 잠정 '연기'됐다. 복지부측은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안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이른 시일 내에 면담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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