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정성일이 '더 글로리' 속 신발 연기를 칭찬한 사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역 배우 정성일 <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역 배우 정성일.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문동은(송혜교)의 손바닥 위에서 아내 박연진(임지연)의 판도라의 상자와 마주하게 되는 하도영은 감독의 말마따나 "태풍을 일으키는 비단 날갯짓"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다. 날카로우면서 젠틀한 매력으로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하도영. 배우 정성일은 하도영을 만든 것은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하며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려갔다.
 
'나이스한 개새X'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인물이 바로 하도영이다. 어떻게 보면 '나이스'한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개새X'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 양면성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간 건 정성일이고, 그의 균형 감각은 비속어차도 나이스하게 만들며 완벽한 하도영을 완성했다.
 
내내 호기심을 자아냈던 하도영이다. 그런 정성일에게 가장 뜻깊게 남은 건 '신발'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여기엔 그만의 소중한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다. '더 글로리' 속 하도영이 아닌 현실의 정성일은 그저 '나이스'란 한 단어로 설명되는 사람이었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일과 함께 '더 글로리'와 하도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정성일이 생각한 '나이스한 개새X' 하도영

 
▷ '더 글로리' 하도영과 이 캐릭터를 연기한 정성일의 인기 또한 높아졌다. 김은숙 작가가 따로 이야기한 건 없었나?
 
파트 1이 나가고 난 후 작가님과 배우들과 자리를 한 번 했다. 들어가자마자 작가님이 "오! 양조위 왔다!"고 하시더니 "근데 얼마 못 가서 유재석 됐어!"라고 하셨다. 그런 말씀도 하셨다. "이제 너한테 하도영 같은 인물이 많이 들어올 거야. 그럼에도 하도영과 같은 결의 인물은 없을 거야. 네가 변화를 줄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말이다.
 
▷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 같았다고?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뿐 아니라 전 배우가 다 그랬다. "이걸 김은숙 작가님이 썼다고?" 1, 2편이 지나고 나선 그런 의문도 안 들고 그저 재밌어서 빨리 다음 편을 달라고 했다. 글을 너무 잘 쓰신다. 우리는 대본을 읽었고,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정말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재밌게 봤다. 정말 글을 잘 쓰신다.
 
▷ 하도영이란 인물을 어느 정도로 구축하고 들어갔나?
 
처음에는 어느 정도 재력을 갖고 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이스한 개새X'를 표현할 때도, 하도영은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이 몸에 밴 행동인 거다. 그러면 어느 정도 재력을 갖고 어느 집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을까 생각했을 때, 외국 작품에서 귀족들이 살아가는 걸 봤다. 한국에서는 그런 걸 찾기 어렵더라. 하도영이 어떤 식으로 살아왔다는 걸 그런 식으로 추측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몸에 밴 습관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디테일은 무엇인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만 공감해주는 것도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하도영은 매너로서 사람을 대한 게 상대방은 무시한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혜정에게 에르메스 가방을 준 것은 하도영 딴에는 신경을 쓴 건데, 어떻게 보면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하도영이 배운 매너, 당연하듯이 보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신경 썼다.
 
▷ 하도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 선명하게 그리고 싶었던 지점은 무엇인가?
 
제일 집중했던 건 하도영이 맡은 인물이 극 중에서 가장 중립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포지션을 지키는 데 많이 집중했다.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작가님이 써주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인 '나이스한 개새X'다. 그걸 어떻게 가장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 본인이 생각한 '나이스한 개새X'란 어떤 사람인가?
 
양면성인 거 같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어떤 각도에서는 나이스해보일 수 있고,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보면 개새X처럼 보일 수 있다. 하도영의 의도와 달리 몸에 밴 게 상대에게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하도영 역 배우 정성일. 넷플릭스 제공
 

"그 신발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함께 연기하며 각 배우에게서 발견한 인상적인 지점은 무엇인가?
 
성훈과 히어라는 원래 대학로에서부터 알고 있던 배우들이라 정말 잘하는 배우인 걸 알고 있었다. 혜정 역 주영은 처음 봤다. 함께한 첫 촬영 장면이 하도영이 혜정에게 백을 주면서 동은과 연진의 사이를 묻는 신이었다. 너무 당당하게 잘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에너지를 줘서 재밌게 촬영했다. 지연은 사람을 진짜 끝까지 몰아붙이는데, 정말 짜증 나게 하는 건 일등인 거 같다.(웃음)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말이다.
 
도현이도 진짜 너무 좋은 친구다. 평소에 너무 맑다. 그 맑은 게 연기할 때도 온다. 대립하고 있는 중에도 동할 수 있는 따뜻함이 느껴지니까 조금 더 편할 수 있었다. 처음엔 나도 주여정과 완전 대립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 배우가 어떠냐에 따라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 문동은 역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는지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
 
멋있다. 너무 멋있고, "와,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며 놀랐다. 매체에서 보던 송혜교와 달리 실제로 연기했을 때는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줬다. 함께한 신 외에도 진짜 너무 잘하더라. 파트 2에서 동은이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불이 나는 장면이 있다. 그건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사석에서는 너무 털털하고 멋진 친구라서 외려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자신이 등장한 장면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내가 나오는 장면은 부끄러워서 정말 못 본다. 동은의 집에 들어갈 때 신발 벗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발이 너무 연기를 잘했다. 그 신발은 내가 스타일리스트가 준 걸 안 썼다. 그 신발만 잡히는 걸 알고 결혼할 때 장모님이 결혼식에서 신으라고 사주신 신발을 썼다. 나한테는 뜻깊은 장면이다. 근데 장모님은 모르신다. 장면이 너무 어둡기도 하고.(웃음)
 
▷ '더 글로리'를 작업하면서 학교 폭력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봤을 거 같다.
 
'저렇게까지 한다고?' '정말? 진짜로?' 등의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도 학폭의 정의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 아닌 거 같다. 무조건 반대다.
 
▷ 앞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아, 연기 진짜 잘한다." 배우한테 그만한 극찬이 없는 거 같다. 외형적으로 잘 생기고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물론 기분이 좋다. 근데 그런 말 백 마디 듣는 거보다 "저 배우 연기가 진짜 미쳤다." 그 한마디가 너무 좋을 거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하편에서 계속>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