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출판사의 경고 "이 책은 인종차별적"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원작(왼쪽)과 최신판. 팬맥밀란 홈페이지 캡처
여성 작가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화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원작 소설 출판사가 이 책이 인종차별적 내용으로 독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출판사 팬맥밀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판 서두에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을 싣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우리 역사의 충격적이던 시절,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표현한다"며 "용납할 수 없는 관행과 인종차별적이며 편견이 가득한 묘사가 담겼고, 주제와 캐릭터 표현, 언어, 이미지 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처를 주거나, 정말로 해로운 구절과 어휘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트리거 워닝은 해당 콘텐츠가 불건전한 소재를 담고 있어서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주의하라는 뜻으로 매체 서두에 띄우는 일종의 경고문을 말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 남부를 무대로 미국 현대사를 겪어내는 농장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역정을 다룬 역사 로맨스 장편소설이다.  

팬맥밀란은 그러나 원작의 표현을 변경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해 본문을 바꾸는 것은 원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본문 전체를 그대로 두지만 작품 내 캐릭터 표현이나 내용, 언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최신판에 백인 역사 소설 작가 필리파 그레고리가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백인 우월적 요소를 설명하는 논문 형식의 글도 추가했다.

그레고리는 "이 책은 인종차별을 옹호하고 백인우월주의를 미화하고 설파한다. 아프리카 출신은 백인과 다른 종이라고 이야기하며 소설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른바 '잃어버린 대의론'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도 비평했다. 대의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미국 남부연합의 대의가 정당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의미한다.

출판사는 그에게 이 글을 맡긴 데 대해 "소수자 출신 작가에게 '주류층을 일깨우는' 감정 노동을 주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6년 출간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O. 셀즈닉이 제작하고 빅터 플레밍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로 재탄생했다.

세기의 배우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이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마지막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원작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대사로도 유명하다.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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