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김재원 최고위원발(發) '전광훈 사태'를 징계 없이 넘어간 파장을 겪고 있다. 전 목사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 설전이 거세게 이어지자, 두 사람 모두 자중하라는 식의 양비론을 꺼냈다.
김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홍 시장 간 설전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되어서도 안 될 그런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당의 공천권을 갖고 제3 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또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전념했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천권 왈가왈부'는 전 목사를, '지자체에 전념'은 홍 시장을 각각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홍 시장과 전 목사는 주말 사이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고, 김 대표의 발언은 이에 대한 반응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9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홍 시장을 겨냥, "이 자식", "홍준표씨 인정할 건 인정하자. 솔직히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 했으면 정권교체가 됐냐고요, 안 됐잖아, 지금 와서 광화문을 타격(공격)해", "최고위원이고 개뿔이고 다 필요 없다. 저놈들은 내년 4월10일 선거에서 공천주지마, 다 잘라버려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며 전 목사를 작심 비판했다.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고도 했다.
전 목사의 홍 시장 비판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엄호 성격이 깔려 있다. 앞서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가며, 전 목사를 치켜세우며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 '전광훈의 우파 천하통일' 등의 발언을 이어가자,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이날 반응은 양측을 비판하면서도 '제명', '징계' 등의 요구와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다.
그는 기자들과 문답에서 "전광훈과 당이 선 긋는 결기 필요하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 당은 전광훈 목사와 뭐 강한 선을 그어야 할 만큼 관계가 없었다"며 "전 목사는 그분 역할을 하는 것이고, 우리 당은 우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홍 대표는 전 목사에서 김기현 대표로 과녁을 바꿔 "통상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을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거꾸로 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은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김 대표를 겨냥,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 한다면 또 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아픈 곳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