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펼쳐진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이 네 차례 이어졌다. 42명 전 출연진이 객석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환호했다. '유령' 역의 조승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다정한 눈빛을 건넨 순간 환호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적인 귀환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35년 이상 웨스트엔드(런던)와 브로드웨이(뉴욕)에서 롱런 중인 뮤지컬의 고전이다. 한국에서 공연한 건 이번까지 총 여섯 차례. 내한공연은 세 차례(2005·2012·2019) 열었고, 한국어 공연(2001·2009)은 13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났다.
한국어 공연은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가창, 신비롭고 황홀한 무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이 어우러졌다. 가장 관심을 끈 건 조승우의 '유령' 데뷔.
'유령'은 광기, 집착, 분노, 연민, 외로움 등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조승우는 흡인력 있게 역할을 소화했다. 흰색 가면 틈으로 조승우의 슬픈 눈빛이 설핏 드러날 때마다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유령답게 무대 위에서 신출귀몰하는 모습도 재밌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초심'(初心)을 새기며 "배우로서 제2막 첫 장을 여는 작품"이라고 했던 조승우는 이날 첫 공연을 마친 제작사 에스앤코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 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우리팀을 비롯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셨다. 결국 막이 올랐고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며 "많이 떨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 부족했던 제게 응원과 박수를 주셔서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마리아 비욘슨의 1988년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한 무대 세트는 명성대로였다. 1톤 샹들리에가 객석을 향해 나선을 그리며 빠르게 낙하하는 장면, 자욱한 안개 사이로 촛불이 솟아 오르는 가운데 '유령'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 호수 장면, 2막을 여는 가면 무도회 장면 등이 뇌리에 깊게 남는다. 치밀한 고증으로 완성한 독창적인 의상 220여 벌은 눈을 즐겁게 한다.
'유령' 역은 조승우와 김주택, 전동석, 최재림(7월 서울 공연부터 합류)이 번갈아 맡는다. 유럽 오페라 무대에 서온 김주택은 JTBC '팬텀싱어2'에서 준우승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나란히 성악을 전공한 전동석과 최재림은 뮤지컬 스타다. '크리스틴' 역은 소프라노 손지수와 팝페라 가수 송은혜가, '라울' 역은 송원근과 황건하가 맡는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6월 18일까지 공연을 올린 후 서울 샤롯데씨어터로 옮겨 7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