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은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정규리그가 끝난 다음 날에 가입금 납부를 완료하면서 참가 자격을 얻었다. 구단의 재정난으로 선수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승기 감독의 리더십 아래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6강 플레이오프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캐롯의 6강 대진은 흥미롭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친 캐롯은 2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4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양팀 다 100% 전력이라는 전제 아래 순위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캐롯은 현대모비스의 천적이었기 때문이다.
캐롯은 정규리그 첫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 전승을 거뒀다. 6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에서 졌는데 이때는 전성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결장했다.
KBL 최고의 슈터 전성현은 캐롯의 중심이자 현대모비스에게는 악몽이다.
전성현은 올 시즌 현대모비스와 5경기에서 평균 19.2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4개의 3점슛을 넣었고 무려 46.5%라는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의 스타일상 외곽 공간 창출 능력이 좋은 캐롯은 까다로운 상대다. 전성현이 있어 더욱 그랬다. 캐롯은 현대모비스를 잡은 5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 37.9%(평균 11.6개 성공)을 자랑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28.8%(평균 6.4개 성공)에 머물렀다.
하지만 캐롯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달팽이관 이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전성현이 6강 1차전에 결장했기 때문이다.
전성현의 압도적인 외곽슛 능력 그리고 그에게서 파생되는 그래비티 효과를 잃은 캐롯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현대모비스가 1차전에서 11개의 3점슛(성공률 34%)을 꽂았고 캐롯의 적중률은 14%(36개 시도, 5개 성공)에 그쳤다. 마치 두 팀의 성격이 뒤바뀐 것 같았다.
그럼에도 캐롯은 3점슛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격의 핵 이정현은 8개를 던져 모두 놓쳤고 디드릭 로슨과 한호빈, 최현민도 3점슛 생산에 실패했다.
그래도 캐롯은 1쿼터를 17-15로 앞선 채 마무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2쿼터 10분 동안 캐롯을 28-14로 압도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현대모비스가 2쿼터 승기를 잡는 과정에서 두 가지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야투 실패 후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다음 점수를 뽑는 '세컨드 찬스' 득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김영현과 김태완 등 롤플레이어들의 득점 가담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현대모비스는 1차전을 86-71 승리로 장식했다. 서명진은 18득점 5어시스트로 활약했고 함지훈은 16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센터 게이지 프림은 13득점 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캐롯은 현대모비스 공격의 중심인 '신인왕' 론제이 아바리엔토스를 견제하는데 주력했다. 아바리엔토스는 9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야투 성공률은 30%에 그쳤다.
캐롯은 무려 15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분전했다. 2쿼터 초반 승부처에서 상대에게 '세컨드 찬스' 득점을 연이어 허용한 게 아쉬웠지만 총 '세컨드 찬스' 득점은 오히려 캐롯이 19점으로 현대모비스의 16점보다 많았다.
하지만 3점슛 난조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2점슛 시도만큼 3점슛 시도가 많은 팀 컬러에서 3점슛 성공률 14%로는 이길 수 없다. 김승기 감독은 그래도 자신있게 던지라고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소용 없었다. 전성현의 공백은 그만큼 컸다.
선수층의 차이도 컸다. 현대모비스 벤치는 31득점을 기록하며 40분 전체의 경쟁력을 높게 유지했다. 특히 김태완은 10득점을 보태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