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8명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받아든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본격 가동됐지만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는 저출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 없이 변죽만 때린 채 종료됐다. 회의에서 중구난방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가운데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구성과 구체적인 로드맵부터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국회 인구특위는 구성에 합의한 지 4개월 만에 첫 회의를 열어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질의를 벌였다. 이날 보건복지부·교육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가 인구위기와 관련된 업무를 보고했는데 각 부처별 보고내용이 저출산에 대한 고민보다는 중구난방식 대책 나열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행정안전부가 특위에 보고한 내용의 방점은 지방소멸 대응에 찍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구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인구를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교육부도 업무보고에서 "돌봄 편차가 아동발달 격차로 이어지고 돌봄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3대 주요 과제로 △생애출발선부터 국가가 돌봄 책임 △개별맞춤형 교육 추진 △디지털 기반 개인맞춤교육을 제시했다.
이에 부처들이 제시한 '고향사랑기부제', '디지털기반 교육' 등의 대책들은 인구위기의 원인인 '저출산'과의 밀접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 부처의 보고를 들은 김영선 인구특위 위원장이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보고가 저출산과 관련성이 너무 적게 담겼다"며 "두 부서는 저출산에 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질책이 나왔을 정도다.
김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나왔던 추상적인 얘기보다는 새롭게 추진하거나 실천적인 부분을 기대했는데 기존에 부처들이 추진했던 업무 중 저출산이나 고령화와 관계된 것 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에 그쳤다"며 "'저출산이 문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을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처의 중구난방 정책나열의 원인에는 인구위기의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논의에 있다는 비판이다. 인구위기를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과 지역균형발전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 의제가 모두 한데 섞여서 논의되다보니 원인과 대책이 겉돈다는 것이다.
한 특위 위원은 "예컨대 저출산은 가임연령이 아기를 안 낳는 문제인 '원인'이고 지방소멸은 가임연령이 지방을 떠나는 문제인 '결과'"라며 "저출산이 원인이고 나머지는 결과인데 논의에 모든 것이 섞여 있어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인구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먼저 지정돼야 부처 간 유기적인 대책 마련과 로드맵 구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각 부처들이 중구난방식 겉핥기 대책만 쏟아내는 이유도 인구정책을 전담해 주도할 컨트롤타워와 주무부처가 없기 때문"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비가 안 돼 있고 복지부도 컨트롤타워를 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인구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구성을 의결한 특위는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법무부·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