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이 아닌데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항공기 기장 A씨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처분이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국토부장관을 상대로 낸 운송용 조종사 자격증명 효력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공기 기장인 A씨는 2020년 4월 푸시백 과정(push back·항공기에 특수차량을 연결해 뒤로 밀어 활주로로 이동시키는 것)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에 국토부는 A씨가 운항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같은 국토부의 처분이 항공안전법과 평등원칙·과잉금지원칙·명확성의원칙에 위배돼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운항규정이 '훈시'에 불과해 조종사가 의무로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시적 인적오류로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점 △실질적 피해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에 비해 원고(A씨)가 교관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불이익이 매우 큰 점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토부의 처분에 대해서도 "타당성과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탓에 항공기가 멈춰섰고, 이에 따라 견인차량이 뒤로 밀려나 항공기와의 연결핀(안전핀) 등이 파손됐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로 인해 승객 137명이 후속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등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브레이크 종류를 '파킹'과 '페달' 두 가지로 나눠, 사용 금지된 브레이크는 '페달 브레이크'이고 자신은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시켰으니 운항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A씨의 주장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운항규정의 브레이크(the brakes)는 A씨가 주장하는 '페달 브레이크'뿐 아니라 '파킹 브레이크'까지 의미한다"는 항공사 회신을 받아들였다.
이 사건 운항규정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 뒤로밀기 중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 된다(Do not use the brakes during pushback, unless required due to an emergency)"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운항규정을 내용에 따라 구분해 그 일부만을 훈시규정으로 볼 근거가 없다"며 "원고는 사실조사 당시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종사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 안전운행 확보를 해야 한다"며 A씨가 브레이크를 작동한 것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