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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점 없이 늘어나는 폐기물…"순환경제 불가피" (계속) |
'지구온도 상승 1.5도까지 전 세계 '탄소 예산'은 약 500Gt…2040년이면 고갈.'
탄소감축 책임을 내년으로, 미래로 미뤄온 인류에겐 이제 기후변화를 막아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덕분에 올해는 작년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양의 탄소를 감축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변화 없는' 항목이 있다. 바로 폐기물 발생량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꺾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요 탄소배출 항목인 폐기물은 여전히 유유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탄소감축 외치는데, 혼자 증가하는 폐기물량
3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도 총 폐기물 발생량은 1억9738만톤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비교적 적은 상승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상승 추세가 꺾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8년 1억6283만톤을 기록한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1억8149만톤으로 11.5% 늘었고 2020년엔 1억9546만톤으로 7.7% 증가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7억2700만톤(CO2e,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기록한 후 2019년 7억100만톤, 2020년 6억5700만톤, 2021년 6억8천만톤 등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폐기물이 차지한 비중도 2018년 2.4%에서 2020년 2.55%로 늘었다.
폐기물은 크게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뉜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등은 생활폐기물에 비해 훨씬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발생량이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는 살려야겠고 성장도 멈출 수 없고…'순환경제'가 답 될까
폐기물량의 증가는 원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발생량과 폐기물 처리를 위한 탄소발생량이 모두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종말의 루틴'을 깨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순환경제다.
순환경제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로 꽤 오래 전이지만, 기후변화의 위기가 피부로 와 닿게 된 최근 10년 사이 실제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이 전부개정돼 내년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시행된다.
개정법에서는 순환경제에 대해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화망을 구축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 체제'라고 정의한다. '자원을 채취해서-대량으로 생산하고-폐기하는' 기존의 선형경제 체제와 비교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물자 낭비를 줄이자며 등장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개념과도 유사하다.
구체적으로는 △가능한 오래 사용할 것△오래 쓰기 위한 효율성을 갖출 것 △폐기물은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 시 재자원화할 것 등이 요구된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환경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창출의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산업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은 향후 제품 생산 과정에서 100% 재활용 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해 환경경과보고서에서 기존 전자제품에서 소재를 회수하는 공정을 개발해 전체 소재 중 20%를 재활용 소재로 활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매출 성장률은 33%를 기록하면서도 탄소 순배출량은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도 단순히 환경적 측면 뿐 아니라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이라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재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7개 산업 유관기관과 함께 'K-재자원화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올 상반기 중 '재자원화 산업 활성화 로드맵'(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중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원료·소재 재활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의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순환경제가 3대 녹색 신산업 중 하나로 제시됐다"며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비판 받기도 했지만 환경과 경제·산업이 분리된 채 기후변화 대응이 추진되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