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배우 임지연의 '더 글로리' 그리고 그만의 목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박연진 역 배우 임지연 <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박연진 역 배우 임지연.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해 드라마 '장미맨션' '웰컴2라이프', 영화 '유체이탈자' '타짜: 원 아이드 잭'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간 임지연은 다양한 캐릭터로 이미지를 변주해 왔다. 데뷔 초반, 연기력에 대한 지적도 받았지만 그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임지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박연진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누구나 박연진이란 이름을 불렀고, 어디서나 박연진이 소환됐다. 그렇게 임지연은 앞으로 그를 생각하면 '기대'란 단어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게끔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배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며 변신을 꾀하는 배우가 바로 임지연이다.
 
박연진의 처음은 물론 마지막 짧은 순간조차도 몇 달을 연구해 완성했다. 그 결과 임지연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음을 다시금 증명했다. 그의 목표는 열정 가득한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다. 이번에는 이 이야기에 관해 들어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결말, 박연진에게는 최고의 벌

 
▷ '더 글로리' 캐스팅 과정에서 혹시 김은숙 작가가 한 말이 있을지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님이 그러시더라. 너무 착하게 생겼는데, 진짜 착하게 생겼는데, 그 안에 악마 같은 게 있을 거 같다고 말이다. 내 어떤 악마의 심장 보셨을까?(웃음) 작가님이 첫 만남에서 연진에게 어떤 미화나 서사도 부여하지 않을 거라도 말씀하셨다.
 
나도 무조건 그 말에 동의한다. 연진은 결코 나중에 용서받을 뭔가를 해서 달라지거나 하지 않는 악역이 되고 싶었다. 끝까지 세상 사람들이 연진을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작가님과 감독님도 다 같은 생각이셨다. 그런 부분에서 같이 연진을 만들어갔다.

 
▷ 기본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기에 들어가겠지만, 그럼에도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을까?
 
연진을 이해하기 위해 진짜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지만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진짜 이런 애가 있나?' '이럴 수가 있나?'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다른 배우들이 자기들도 나쁜 사람들이면서 "연진이 너무한 거 아냐?"라고 했다. 자기들도 나쁘면서.(웃음)
 
그만큼 연진은 악행의 최고봉이었다. 연진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모르는 인물이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나쁜 짓을 하는 거에 관해 그냥 모르는 거다. 그래서 피해자 마음에 공감하기는커녕 죄책감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미안해하는 것도 없고 용서 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거다. 그런 인물이라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파트 2에서 연진을 향한 동은의 복수 결과가 나왔다. 연진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하나?
 
연진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해석했을 때는 연진에게 최고의 벌이라고 생각한다. 재준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최고의 벌이라고 본다. 그래서 마지막 감옥 장면을 찍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래도 내가 연진으로서 연진을 좀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애정하고 있던 캐릭터이기에 연기한 배우로서,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 연진이 악행을 저질렀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많이 무너지고 많이 울기도 했다.

 
▷ 준비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짧게 나왔지만, 거의 대본 나온 순간부터 몇 달을 준비한 장면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많이 살려주셔서 원한 만큼 나온 거 같아서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 그토록 "연진아"를 외쳤던 문동은 역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나?
 
송헤교 선배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혜교 언니한테 안 좋게 하는 신도 많고, 욕도 많이 해서 언니랑 편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촬영 날 언니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로 날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게 이미 깔려 있었다. 오히려 제일 편했던 게 동은이었다.
 
▷ 연기하면서 학폭에 관해 생각을 안 해볼 수 없었을 거 같다. 학폭에 관해 스스로 어떤 질문들을 던져봤나? 그리고 연진과 같은 학폭 가해자에게 만약 어떤 조언 같은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이번에 나도 '더 글로리'를 보면서 사회적 문제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박연진 역 배우 임지연. 넷플릭스 제공
 

배우 임지연의 '더 글로리' 그리고 목표

 
▷ 연기 칭찬을 정말 많이 받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항상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던 거 같다. 항상 노력했고, 성장하려고 발버둥 쳤다.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생각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고, 다양하게 도전하면서 성장해가는 내 모습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거 같다. 나의 길을 가다 보면 또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란 생각이 항상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이 칭찬받는 날이 올 거라 생각을 못 했다.
 
사실 모든 작품을 절실하게 했다. '더 글로리'뿐 아니라 지금 촬영하고 있는 것도 항상 현장에 가는 게 너무 무섭고 못 할까봐 불안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생긴다. 그러면서 부딪히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해냈을 때 성취감으로 연기하고 있다. 칭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더 노력해야겠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 배우 임지연의 연기 인생에 '글로리', 그러니까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그리고 배우 임지연의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영화 '인간중독'으로 데뷔했는데, 시사회 날 엄마가 되게 큰 꽃다발을 들고 오셔서 "너무너무 예뻤어, 지연아"라고 말해준 순간인 것 같다. 쉽지 않은 영화를 엄마가 보러 와서 "우리 지연이 너무 예뻤어"라고 하신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앞으로도 항상 해왔던 것처럼 느리더라도 내가 잘하는 집요함과 끈기를 갖고 열심히 노력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열정 가득한 배우가 되는 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나의 목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다고 들었다.
 
'더 글로리'가 끝날 무렵,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해야 하나 하는 와중에 마침 좋은 기회로 '마당 있는 집'에 참여하게 됐다. 보시는 분들이 '연진이' 임지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연진과 달리 정말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여자를 연기한다. 그렇게 색깔이 뚜렷한 작품과 역할을 좋아하는 거 같다. 나만의 선을 두는 건 아니어서 되게 다양한 작품,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 이제는 박연진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연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연진아, 용서는 없어. 평생 죗값 치르고, 네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길 바랄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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