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이정후는 개막전 막판 마음이 다소 무거웠다.
1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개막전에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키움이 2-1로 쫓긴 8회초 선두타자 노시환의 2루타 때 보이지 않는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좌중간 방면으로 공을 쳤고 좌익수가 공을 뒤로 흘리면서 위기 상황이 됐다. 이정후가 빠르게 커버했지만 연계 플레이를 하지 않고 3루를 향해 천천히 공을 던졌다. 노시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달렸고 이는 키움에게 동점 허용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이정후의 마음고생은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이형종의 끝내기 안타로 눈녹듯이 사라졌다.
같은 외야수로서 이정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형종은 "그 상황은 외야수에게 되게 민망한 상황이다. 게다가 점수로 이어지면서 (이)정후가 많이 걱정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끝내기 안타를 치니까 가장 좋아했다. 계속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형종 역시 마지막 안타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형종은 2-2 동점이 된 8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결정적인 기회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다.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 2볼에서 직구를 강하게 쳤지만 공은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10회말에 다시 찾아온 2사 만루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불리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 유인구를 잘 골라낸 뒤 강한 타구를 날렸다.
키움은 이적 첫 날부터 끝내기 안타를 때린 이형종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를 3-2로 누르고 기분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이형종은 "프로에 와서 끝내기 안타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8회와 똑같은 만루 상황이었고 이번에는 무조건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했다. 키움에 와서 첫 경기라 뜻깊은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끼었으니까 남은 시즌 계속 잘 될 거라고 믿으면서 편하게, 자신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받은 이형종은 "항상 물만 뿌리다가 이번에 맞아봤는데 물이든 음료수든 오줌이든 뭘 맞아도 상관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고 짜릿했다"며 웃었다.
한편, 개막전을 승리로 이끈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개막전부터 고척 스카이돔을 가득 메워주신 팬 여러분께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어 가장 기쁘다"며 "이형종이 중요한 찬스에서 타점을 올려주면서 개막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시즌 스타트를 잘 끊어준 선수들 모두 수고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