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김문기 눈도 안마주쳐" vs "골프 카트 몰고 공 찾아줘"(종합)

31일 이재명-유동규 대면…유동규 법정 들어서자 '힐끗'한 李
증인으로 나선 柳 "김문기가 골프 카트 몰고 공 찾아줘"
호주 출장 패키지여행에 비유…"金과 마주보거나 대화 장면 없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법원 내 다른 출입구를 통해 이 대표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후보자 시절에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직접 통화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은 31일 김씨가 2015년 호주 출장에 동행해 함께 노캐디 골프를 쳤고 김씨가 이 대표의 공을 대신 찾아줬다는 내용의 증언도 하는 등 이 대표에게 불리한 주장을 쏟아냈다.

故김문기, 李에 대면보고 한 듯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유씨는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에 "두 사람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말한 점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김문기씨한테 '이재명씨와 따로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제가 행사 주최자라 너무 바빠서 이 분들이 설명회에서 따로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김씨가 시장실 보고를 한 뒤 지시사항을 자신에게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팀장급은 시청 과장급이라며 공사에 6명밖에 없는 직책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이 대표에게 대면 보고를 했었을 거라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유씨는 김씨의 2014년 업무 보고 메모 중 "위례신도시 개발 수익금 관련 '2층 보고'"라는 대목을 언급하면서 "성남시 주무부서를 통해 서면 보고하는 거라면 굳이 '2층 보고'로 작성해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2층 보고는 일반적으로 시장실 대면 보고이고 시청 공무원들이 공사 직원들의 직접 보고에 불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성남도개공 개발본부장에 발탁됐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가 되자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유씨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이 대표에 대해 '428억원 약정설'이 있었다고 하는 등 직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날 증언에 앞서 이 대표를 향해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유씨와 대면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다만 유씨가 이날 오후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두 사람의 대면은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처음이다.

호주 출장의 진실은? 


연합뉴스

이 대표 측은 이날 오전 서증조사에서 이 대표가 골프모자를 쓴 채 유씨, 김씨와 찍힌 사진에 대해서도 호주 골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단체사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찍힌 사진이나 영상에) 둘이 대화하는 장면도 없고, 마주 보는 장면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패키지여행 가면 매일 같은 차를 타고 같은 호텔에 묵고 식사하지만, 친해지지는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당초 호주 출장에 동행하는 사람은 김씨가 아닌 이모씨였고, 이 대표는 김씨의 동행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김씨와 호주에서 골프를 쳤으니 아는 사이 아니냐는 검찰 측과 유씨의 공세에 직접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씨는 "이 시장(이재명)하고 이씨는 예전부터 접점이 없었고, 아무래도 시장이 불편해 할 것 같아서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시장이 편안해 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라고 그랬다"라며 "그래서 제가 김문기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도 김씨와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믿을 만한 사람"이라 보고 교체됐다는 것으로, 이 대표 측 주장과는 전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유씨는 호주 출장에서 이 대표가 김씨를 "김 팀장"이라고 부르는 등 대화를 나눴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주 골프장에는 캐디가 없는데, 김씨가 캐디 역할을 하며 "공도 다 찾아줬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가 탄) 2인용 카트를 김씨가 운전했다는 것도 사실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네,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날 공판은 유씨가 건강상의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며 끝났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유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법원에 들어서는 이 대표를 향해 80대 남성이 통제선 안으로 달려 들어가 계란 2개를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남성이 던진 계란은 이 대표에 맞지 않았고 이 남성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대표는 이 남성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전달했고,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대표의 처벌 불원을 접수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