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촉구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 한 진실버스 동행 5일차[정다운의 뉴스톡]


[앵커]
이태원 참사 150일째를 맞았던 지난 27일, 참사 유가족들이 '10.29 진실버스'에 올라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전국의 시민들을 만나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는데요.

이 버스에 CBS 박희영 기자가 첫날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왜 버스에 올라 전국을 떠돌아야만 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박희영 기자!

[기자]
네 저는 진실버스와 함께 경남 창원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이번 월요일이었죠, 27일부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 진실버스를 타고 계시는데, 이 진실버스, 무엇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0.29 진실버스 10일간의 전국순례 출발을 위해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진실버스'에는 희생자 유가족들과 이들을 돕는 시민들이 함께 타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조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서인데요. 국회를 설득할 국민동의청원에 더 많은 시민들이 서명하도록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출발해 전국을 돌며 참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 청주, 전주, 광주를 지나서 창원에 이르렀고요. 앞으로도 부산과 진주, 대구, 대전, 수원 등 총 13개 도시를 지날 계획입니다. 이 열흘 동안 출근길과 퇴근길엔 서명전을 벌이고 거리행진이나, 각종 간담회, 기자회견, 시민문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과 만날 계획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유가족들이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독립된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기자]
물론 국회 국정조사부터 시작해 이태원 참사에 관한 정부나 지자체, 경찰의 책임이 일부 밝혀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책임자들의 위증과 시간끌기, 자료제출거부 등이 반복되면서 참사가 왜 일어났고, 왜 대비하지 못했는지, 또 충분한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유가족들은 주장합니다.

특히 정부는 재난안전법상 규정된 '재난원인조사'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진상규명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다 보니 결국 유가족들이 이처럼 거리로 나선 겁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30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조사가 충분치 않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결과를 우선 기다려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박도 있을 수 있거든요.

[기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수사는 책임자의 잘못을 형사, 즉 법정에서 처벌할 수 있는 책임이냐 여부에만 집중하거든요.

이러면 행정적인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따질 수가 없습니다.

해외의 경우 대규모 재난이 일어나면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진상 규명을 막기 위한 은폐나 국가적 차원의 진상 규명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아무래도 분향소에서 지내시다 이제는 버스에서 거리를 떠돌아야 하는 유가족들 심경,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겠어요.

[기자]
제가 그동안 기자회견과 같은 취재현장에서 만났던 유가족들은 정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강인한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닷새 동안 바로 곁에서 지켜보니 유가족들은 정말 가만히 있다가도, 또 바쁘게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이런 아픔을 견디지 못해 유가족 모임에도 차마 나오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유가족도 꽤 많았습니다.

아직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믿을 수 없다며 부정하거나 주변에 밝히지 못한 채 홀로 아픔을 껴안고 계신 분도 많고요. 어렵게 친척이나 주변 지인에게 얘기를 꺼내도 '놀러갔다가 사고를 당했냐'와 같은 주변의 말에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잦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딸 박가영 씨를 잃은 엄마 최선미씨의 애타는 호소에는 저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인서트-최선미씨]
"내가 여기 왜 나와있어야 되나. 내가 평생 하지도 않은 일을 얘가 나를 이렇게 매일 시키는구나.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받아주면 감사하고. 그리고 제가 5일 동안 제일 많이 느낀 게 그거에요. 부럽다. 젊은 애들은 살아 있어서 부럽고, 내 또래 엄마들을 보면 저 집 애는 살아있겠지. 그래서 부럽고. 부러운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제일 커요. 쟤네 부모님들은 좋겠다. 쟤네가 살아있어서. 너무 부럽다. 약도 오르더라고요. 나만 왜 없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사실 들긴 하더라고요. 뭐 때문에 나는 애가 없는 거지. 왜 잃었어야 하지. 그 아이들 부모는 어떤 복으로 아이들이 저렇게 예쁘게 살아있을까라는 그런 감정 때문에…"

이렇게 진실버스를 타고 분향소를 지키며 유가족 협의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들의 가족 중에도 아직 형제자매, 자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슴앓이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다만 유가족 모임에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들과 만나면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서로 알다보니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담치료보다도 더 큰 위로를 얻는다고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

[앵커]
그래요. 유가족들의 심정, 오죽하겠습니까.. 이들을 만나는 현장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저도 유가족들 곁에 있다보니 참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출근길, 퇴근길에 바쁜 시민들의 경우 서명에 적극 참여하기 어렵다며 냉정하게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직접 국민동의청원을 부탁하다보니 아무래도 본인들도 자녀가 있을 부모세대를 중심으로는 참여도 많이 하시고, 조심스레 위로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젊은 청년 중에도 유가족을 보며 자신의 부모님을 떠오른다면서 서명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사를 쓰면 유가족들을 공격하는 악플이 많이 달려서 심한 경우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거나 너무 심한 악플은 삭제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막상 전국의 현장에서 유가족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많은 시민들은 진심으로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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